장기투자 고수들은 요즘 같은 저성장기일수록 길게 보는 투자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블랙 스완(돌발 악재)’이 수시로 출몰하는 만큼, 시장 방향성과 투자심리를 추종한 단기투자 전략이 좀처럼 먹혀들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리 사장은 “좋은 주식을 가려내는 것은 가능하지만 언제 오를지를 맞추는 것은 신의 영역”이라며 “주가와 기업주식 가치가 같은 방향으로 간다는 믿음을 갖고 길게 투자하는 게 가장 빠른 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주식을 골라야 할까. 이들은 △소비자 독점 서비스 △주당순이익(EPS) 증가 △적은 부채 △높은 자기자본이익률(ROE) △활발한 투자나 주주가치 환원 △가격 결정력 보유 등을 세부 기준으로 제시했다. 가치투자의 대가인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강조한 투자원칙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부사장은 “10년이 지나도 반드시 써야 할 제품을 생산하는 우량 필수소비재주나 유틸리티주가 장기투자에 적당하다”며 “단 아무리 좋은 주식도 2007년의 포스코, LG화학처럼 주가가 과도하게 높은 상황이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허 부사장은 “수익, 재무, 자산, 배당가치를 중점적으로 살피는데, 최근엔 자산가치 중 지분가치가 많은 지주사나 우선주들이 장기투자하기에 좋아보인다”며 “시장점유율 1, 2위의 검증된 회사, 비싸도 잘 팔리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좋은 회사”라고 설명했다.
리 사장은 동업자를 찾는다고 생각하고 투자 대상 회사 경영진의 자질을 세밀히 살필 것을 주문했다. 그는 “주식을 사는 것은 그 회사의 경영자와 5~10년 동안 동업하는 것”이라며 “기술력, 시장규모 등도 살피지만 경영진의 철학이 무엇인지를 더 중요하게 살핀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기업 지배구조와 주주환원정책을 어떻게 가져가느냐를 중시한다”며 “기업 환경이 성숙기에 접어들면 지배구조가 투명하고 배당을 넉넉히 하는 회사의 가치가 오르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강 회장은 산업의 방향성과 지속성, 경쟁우위를 강조했다. 그는 “유행을 따라가는 투자는 하지 않는다”며 “주식투자는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사는 것이라서 주가의 일시적 등락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