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유리천장' 뚫고 고위직 승진한 '여풍당당'…제2의 이금형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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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용숙·김해경 경무관 가장 앞서
39세 승진 윤성혜 총경도 주목
지난 5일 인사서 4명 총경 승진
여성청소년 분야서 승진자 많아
39세 승진 윤성혜 총경도 주목
지난 5일 인사서 4명 총경 승진
여성청소년 분야서 승진자 많아
지난 5일 경찰 총경 인사에서 여성 경정 4명이 총경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승진자(3명)보다 1명이 더 많다. 지금까지 여성 4명이 총경으로 승진한 해는 없었다.
이로써 ‘경찰의 꽃’으로 불리는 총경 이상 여성 경찰관은 13명으로 늘었다. 1998년 첫 여성 총경(김강자 전 서울 종암경찰서장)이 나온 뒤 총경 이상 경찰 고위직에 가장 많은 여성이 포진하게 됐다.
금녀의 벽인 ‘유리천장’이 경찰에서도 조금씩 깨지고 있다. 최근엔 이런 분위기가 더 강하다. 경찰이 된 여성이 많아진 영향이다. 여성으로 첫 치안정감에 올랐던 이금형 전 부산지방경찰청장의 뒤를 누가 이을지도 관심이다.
여경 69년 역사…1977년 입직자 맹활약
한국 경찰에 여경이 등장한 것은 69년 전이다. 미군정청 경무부 공안국에 1946년 설치된 여자경찰과가 그 시작이다. 당시 간부 16명과 여경 1기생 64명 등 모두 80명이 활동했다. 이후 여경이 꾸준히 늘었다. 지금은 8989명으로 전체 경찰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경찰 내 유리천장을 가장 앞장서 깨뜨려온 주역은 1977년 28기 순경공채로 들어온 여성 경찰관들이다. 경무관, 치안정감으로 승진하며 ‘여경 최초’ 기록을 다수 보유한 이금형 전 청장이 대표적이다. 이 전 청장은 여성과 청소년을 위한 인권보호 및 제도 개선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말 퇴임해 올해부터 서원대 법경찰학과 석좌교수로 후학을 가르칠 예정이다.
현직에 있는 순경공채 28기 중에선 설용숙 대구지방경찰청 제1부장(경무관)이 최고참이다. 한 계급 아래 총경인 송민주 강원 동해경찰서장, 이광숙 충북 옥천경찰서장과 이번에 승진해 ‘경찰 첫 부부 총경’으로 화제가 된 구본숙 서울 마포경찰서 112종합상황실장 등 3명도 28기 동기생이다.
생활밀착형 업무가 ‘승진 코스’
총경 이상 고위직에 진출한 여성 경찰은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업무에서 성과를 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남성 경찰들이 정보와 경비 분야 등에서 승진자가 많이 나오는 데 비해 여경은 주로 ‘여성청소년’ 분야에서 승진한 사례가 많다. 박근혜 정부에서 역점을 두고 있는 4대 사회악(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 중 불량식품을 제외한 나머지가 여성청소년 분야다.
지난해 총경이 된 3명도 여성청소년 관련 보직을 맡고 있다가 승진했다. 올해도 현춘희 서울 광진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이 총경이 됐다. 한 동료 경찰관은 “부임 직후부터 청소년 선도 프로그램을 앞장서 추진했고, 이런 부분이 승진 심사에서 높게 평가된 것 같다”고 말했다. 구본숙 마포서 112종합상황실장도 강신명 경찰청장이 역점을 두고 있는 112 개혁을 일선에서 적극적으로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포서는 연간 112 신고 건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홍익지구대(2013년 3만767건)를 관할하고 있다.
국민 생활과 맞닿아 있는 ‘교통’ 분야에서도 여경 승진자가 나왔다. 강복순 서울 강남경찰서 교통과장이다.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37년 만에 처음으로 5000명 이하로 떨어졌는데, 강 과장이 속한 강남서의 역할이 컸다는 게 경찰 내부의 평가다. 강남서 관할지역의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전년보다 약 50% 감소했다. 강 과장은 “앞으로 자동차 보험사기 등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교통범죄 분야에서도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롤모델 부족”…포스트 이금형은 누구?
경찰 내 유리천장이 조금씩 깨지고는 있지만 일선 여경들은 아직도 ‘롤모델이 부족하다’고 얘기한다. 여성으로 치안감 이상 계급에 오른 사람은 경찰 역사상 이금형 전 청장이 유일하다. 그만큼 이례적인 사례였다. 경찰 전체로 봐도 총경 이상 고위직 615명 중 여성은 13명(2.1%)에 불과하다. 롤모델이 더 나와야 한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그렇다면 누가 ‘포스트 이금형’이 될 수 있을까. 현재 가장 근접한 인물은 경무관인 설용숙 부장(57), 김해경 서울 송파경찰서장(56)이다. 충북 보은 출신인 설 부장은 여경으로는 세 번째로 경무관이 됐다. 대구·경북지역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다. 김 서장은 경북 김천 출신으로 ‘첫 부부 경무관’으로도 유명하다. 김 서장은 내부에서 온화한 리더십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청 여경기동대 초대 대장을 맡았을 정도로 현장에도 밝은 편이다.
이들보다 한참 아래인 젊은 여성 총경들도 주목받고 있다. 서울청 소속으로 외부에 파견돼 있는 윤성혜 총경(44)은 경찰대 출신 첫 여성 총경이다. 경찰대 10기로 2010년 39세의 나이에 전체 동기 중 처음으로 총경이 돼 화제였다. 44세에 총경이 된 이금형 전 청장보다 5년이나 앞선 셈이다. 윤 총경은 경찰대를 3등으로 졸업해 당시 내무부장관상을 받았다.
순경 공채 출신으로 2009년 44세에 총경에 오른 이은정 경찰청 보안1과장(50)도 주목할 만하다. 경기청 형사기동대장, 서울 마포경찰서장을 지냈고 수사 분야에서 잔뼈가 굵다.
김태호/윤희은 기자 highkick@hankyung.com
이로써 ‘경찰의 꽃’으로 불리는 총경 이상 여성 경찰관은 13명으로 늘었다. 1998년 첫 여성 총경(김강자 전 서울 종암경찰서장)이 나온 뒤 총경 이상 경찰 고위직에 가장 많은 여성이 포진하게 됐다.
금녀의 벽인 ‘유리천장’이 경찰에서도 조금씩 깨지고 있다. 최근엔 이런 분위기가 더 강하다. 경찰이 된 여성이 많아진 영향이다. 여성으로 첫 치안정감에 올랐던 이금형 전 부산지방경찰청장의 뒤를 누가 이을지도 관심이다.
여경 69년 역사…1977년 입직자 맹활약
한국 경찰에 여경이 등장한 것은 69년 전이다. 미군정청 경무부 공안국에 1946년 설치된 여자경찰과가 그 시작이다. 당시 간부 16명과 여경 1기생 64명 등 모두 80명이 활동했다. 이후 여경이 꾸준히 늘었다. 지금은 8989명으로 전체 경찰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경찰 내 유리천장을 가장 앞장서 깨뜨려온 주역은 1977년 28기 순경공채로 들어온 여성 경찰관들이다. 경무관, 치안정감으로 승진하며 ‘여경 최초’ 기록을 다수 보유한 이금형 전 청장이 대표적이다. 이 전 청장은 여성과 청소년을 위한 인권보호 및 제도 개선에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말 퇴임해 올해부터 서원대 법경찰학과 석좌교수로 후학을 가르칠 예정이다.
현직에 있는 순경공채 28기 중에선 설용숙 대구지방경찰청 제1부장(경무관)이 최고참이다. 한 계급 아래 총경인 송민주 강원 동해경찰서장, 이광숙 충북 옥천경찰서장과 이번에 승진해 ‘경찰 첫 부부 총경’으로 화제가 된 구본숙 서울 마포경찰서 112종합상황실장 등 3명도 28기 동기생이다.
생활밀착형 업무가 ‘승진 코스’
총경 이상 고위직에 진출한 여성 경찰은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업무에서 성과를 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남성 경찰들이 정보와 경비 분야 등에서 승진자가 많이 나오는 데 비해 여경은 주로 ‘여성청소년’ 분야에서 승진한 사례가 많다. 박근혜 정부에서 역점을 두고 있는 4대 사회악(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 중 불량식품을 제외한 나머지가 여성청소년 분야다.
지난해 총경이 된 3명도 여성청소년 관련 보직을 맡고 있다가 승진했다. 올해도 현춘희 서울 광진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이 총경이 됐다. 한 동료 경찰관은 “부임 직후부터 청소년 선도 프로그램을 앞장서 추진했고, 이런 부분이 승진 심사에서 높게 평가된 것 같다”고 말했다. 구본숙 마포서 112종합상황실장도 강신명 경찰청장이 역점을 두고 있는 112 개혁을 일선에서 적극적으로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포서는 연간 112 신고 건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홍익지구대(2013년 3만767건)를 관할하고 있다.
국민 생활과 맞닿아 있는 ‘교통’ 분야에서도 여경 승진자가 나왔다. 강복순 서울 강남경찰서 교통과장이다.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37년 만에 처음으로 5000명 이하로 떨어졌는데, 강 과장이 속한 강남서의 역할이 컸다는 게 경찰 내부의 평가다. 강남서 관할지역의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전년보다 약 50% 감소했다. 강 과장은 “앞으로 자동차 보험사기 등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교통범죄 분야에서도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롤모델 부족”…포스트 이금형은 누구?
경찰 내 유리천장이 조금씩 깨지고는 있지만 일선 여경들은 아직도 ‘롤모델이 부족하다’고 얘기한다. 여성으로 치안감 이상 계급에 오른 사람은 경찰 역사상 이금형 전 청장이 유일하다. 그만큼 이례적인 사례였다. 경찰 전체로 봐도 총경 이상 고위직 615명 중 여성은 13명(2.1%)에 불과하다. 롤모델이 더 나와야 한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그렇다면 누가 ‘포스트 이금형’이 될 수 있을까. 현재 가장 근접한 인물은 경무관인 설용숙 부장(57), 김해경 서울 송파경찰서장(56)이다. 충북 보은 출신인 설 부장은 여경으로는 세 번째로 경무관이 됐다. 대구·경북지역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다. 김 서장은 경북 김천 출신으로 ‘첫 부부 경무관’으로도 유명하다. 김 서장은 내부에서 온화한 리더십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청 여경기동대 초대 대장을 맡았을 정도로 현장에도 밝은 편이다.
이들보다 한참 아래인 젊은 여성 총경들도 주목받고 있다. 서울청 소속으로 외부에 파견돼 있는 윤성혜 총경(44)은 경찰대 출신 첫 여성 총경이다. 경찰대 10기로 2010년 39세의 나이에 전체 동기 중 처음으로 총경이 돼 화제였다. 44세에 총경이 된 이금형 전 청장보다 5년이나 앞선 셈이다. 윤 총경은 경찰대를 3등으로 졸업해 당시 내무부장관상을 받았다.
순경 공채 출신으로 2009년 44세에 총경에 오른 이은정 경찰청 보안1과장(50)도 주목할 만하다. 경기청 형사기동대장, 서울 마포경찰서장을 지냈고 수사 분야에서 잔뼈가 굵다.
김태호/윤희은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