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조선사들…현대重이어 삼성重도 강성 투쟁
조선업황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가운데 현대중공업에 이어 삼성중공업 근로자들까지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국내 조선업계가 사면초가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 9일 서울 서초동 삼성본관 앞에서는 거제조선소에 근무하는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집행부와 대의원 90여명이 확성기를 들고 세 시간 동안 상경투쟁을 벌였다. 집회를 주도한 노동자협의회 변성준 위원장은 “교섭이 타결되지 않으면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오늘은 버스 3대만 올라왔지만 300대가 되고 500대가 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들은 실적과 무관하게 생산성목표인센티브(TAI)를 최대치인 기본급의 100%씩 상·하반기에 지급할 것과 성과인센티브(OPI) 추가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7일 현대중공업도 2014 임금단체협약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가 부결되면서 7개월 진통 끝에 나온 노사 간 합의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노사가 힘을 모아도 난관을 돌파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갈등이 심화돼 조선업계에 위기감이 더 커지고 있다.

◆올해 선박 수주 12% 감소 전망

지난해 세계 신규 선박 발주량은 3969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를 기록했다. 2013년보다 34.7% 감소한 수치다. 우리나라의 선박 발주량도 36% 감소했다. 일감이 줄어들면서 지난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연초 내세웠던 수주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지난해 7월 일찌감치 임금협상을 마무리한 대우조선해양만이 빅3 조선소 가운데 유일하게 수주 목표를 달성했다.

올해 시장 전망도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한국 조선업계의 선박 수주량은 전년보다 약 12% 감소한 950만CGT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프로젝트가 연기되거나 발주가 취소되는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 액셀러레이터에너지는 최근 삼성중공업에 발주하려던 부유식액화저장설비(FLSO) 건조 계획을 오는 4월1일까지 보류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대우조선해양과 발주를 협의하던 LNG-FSRU 8척의 발주도 취소한 바 있다.

◆일본 중국이 LNG선 시장 맹추격

한국 조선업계는 그동안 LNG선과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수익을 냈다. 문제는 한국이 독점하다시피 하던 이 시장마저 일본과 중국에 빼앗기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세계 시장의 38.6%를 점유한 중국은 이제는 고가 시장 쪽을 넘보고 있다. 중국이 최근 14곳이던 국영 조선소를 8곳으로 통폐합한 것도 이 같은 전략에 따른 것이다. 규모를 키우고 기술력을 높여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 나서려는 움직임이다.

일본도 조선산업 구조조정과 엔화 약세, 탄탄한 기술력을 발판 삼아 선박 시장 탈환을 노리고 있다. 일본 선박은 지난해 엔저 효과로 선가가 15%가량 하락했다. 일본 이마바리조선소는 최근 자국 선사로부터 2만5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을 수주했다. 국내 조선소도 아직 수주하지 못한 2만TEU급 선박을 최초로 수주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마바리조선소는 초대형 선박 건조를 위한 신규 도크 건설을 추진 중”이라며 “초대형 컨테이너선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온 한국 조선업계에 큰 위협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