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연초부터 석유업계 관계자들을 불러모아 가격인하를 압박하고 나섰다. “국제 유가가 작년 1월과 비교해 배럴당 50달러 이상 하락했다”며 “일부 주유소가 인하분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질타한 것이다. 정부가 또다시 기름값이 묘하다는 얘기를 들고나온 것이다. 하지만 업계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유통비용을 아무리 줄여도 유류세 때문에 휘발유값을 L당 1300원대 이하로 낮추기는 힘들다”는 항변이다.

사실 소비자 가격을 내리려고 해도 지금처럼 고정적인 세금 비중이 절반을 넘는 상황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국제유가가 반토막이 났지만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가격은 L당 1887.37원에서 1591.98원으로 15.6% 내리는 데 그쳤다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1591.98원의 가격구성을 조목조목 뜯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정액세나 다름없는 유류세 745.3원 등 세금만 939.34원에 달한다. 정작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휘발유가격 기준 제조원가는 430.74원이고, 여기에 정유사 마진 110.64원, 유통마진 111.26원 정도가 붙는다. 아무리 국제유가가 하락해도 소비자들이 제대로 체감할 수 없게 만든 근본 문제는 바로 비탄력적인 세금구조에 있는 것이다. 정부는 주유소마다 다른 가격도 문제삼지만 지금은 전국 주유소 가격이 실시간으로 검색되는 시대다. 더구나 주요소마다 임대료부터가 다르다. 사정이 이러니 업계가 억울해 하는 것도 당연하다.

정부가 합당한 근거도 없이 기름값을 문제삼은 건 이번만이 아니다. 전 정권에서 대통령이 기름값이 묘하다고 하자 바로 정유사, 주유소 장부를 뒤지더니 급기야 소위 알뜰주유소까지 들고나왔던 정부다. 사실상 국영 유통망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차 시장질서와 공정경쟁을 해친 대표적 사례로 알뜰주유소를 꼽고 있다. 정부는 유류세가 문제라는 얘기가 나올 때마다 에너지 절약 운운하지만 실은 세수 목적이라는 걸 삼척동자도 다 안다. 묘한 건 기름값이 아니라 바로 정부가 매기는 유류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