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로 변한 수도권 규제] 37년간 1㎡도 못늘린 소주 공장, 원액 이동 시키느라 물류비 3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하이트진로 속앓이
'주름살' 생산라인 왜?
좁은 면적 최대활용 위해 직선 제조라인 포기하고
구불구불하게 만들어…빈병 쌓아둘 자리도 없어
'주름살' 생산라인 왜?
좁은 면적 최대활용 위해 직선 제조라인 포기하고
구불구불하게 만들어…빈병 쌓아둘 자리도 없어
수도권과 중부지방(충청·강원도 포함)에서 하이트진로가 생산하는 ‘참이슬’의 하루 소비량은 400만병 안팎이다. 이 시장의 1위 사업자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의 하루 최대 생산량은 360만병. 산술적으로만 계산해봐도 매일 40만병이 모자란다. 하이트진로는 주류 제조면허를 이천공장에서 받았기 때문에 주세법에 따라 이천공장에서만 소주를 제조해야 한다. 그러면 나머지 40만병은 어디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매년 ‘증축 건의-묵살’ 반복
하이트진로가 선택한 방법은 충북 청원공장을 통한 우회생산이다. 이천에서 생산한 소주 원액을 청원공장에 보낸 뒤 원액을 희석해 만든 소주 완제품을 병에 담는 방식이다. 제조면허가 이천공장에 있기 때문에 청원공장은 병입(甁入)만 하는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병입작업을 위해 1993년부터 청원공장을 세웠다. 이렇게 이천에서 청원로 보내지는 소주 원액은 하루 28만L로 30t짜리 탱크로리 트럭 10대 분량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참이슬은 다시 이천을 거쳐 서울 등 수도권과 중부지방으로 흩어진다.
강근구 이천공장장은 “이천에서 만든 원액을 이천보다 남쪽인 청원공장으로 옮겨가 병에 담은 뒤 다시 북상을 시키다보니 물류비가 두 배가 아니라 세 배가 더 든다”고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시장 규모가 커지고 하이트진로 점유율이 올라갈수록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우회’ ‘편법’ 생산을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천공장(17만5257㎡)은 1978년 설립 이후 37년간 단 1㎡의 면적도 늘리지 못했다. 1982년부터 수도권 규제가 적용되는 현행 법령에선 증설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송광석 이천시청 규제개혁추진팀장은 “하이트진로의 이천공장은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산집법) 등에 따라 배출시설 제한과 특별대책2권역으로 지정돼 있다”며 “1990년부터 매년 6만3000㎡의 면적을 증축하겠다는 건의서를 내고 있지만 현행법으로는 허가를 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공장 증설이 허용될 경우 예상되는 100여개의 일자리도 허공에 떠있다.
강근구 공장장은 “하이트진로가 이천에 자리를 잡은 건 수도권 규제가 생기기 전인데 나중에 공장을 더 못 짓도록 규제하는 것은 (우리로선) 억울한 일”이라며 “더 투자해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데도 매년 묵살당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소주공장’의 그늘
증설이 차단된 가운데 제한된 면적에서 최대 생산을 하려다 보니 이천공장에선 다른 공장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들이 눈에 띈다. 공장 안 생산라인은 구불구불하다. 직선이 돼야 할 제조라인을 미로처럼 촘촘하게 만들어서 조금이라도 생산량을 더 늘리려는 것이다. 라인들도 서로 다닥다닥 붙어있어 직원들의 스트레스도 높다. 좁은 공간에서 라인에 있는 제품과 오가는 사람들을 피하느라 이만저만 고역이 아니다. 단일 주류제품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제품을 생산한다는 소식에 벤치마킹 등을 위해 공장을 방문하는 외국 기업인들도 이 모습을 보며 혀를 끌끌 찬다는 후문이다.
이천공장의 이인철 생산업무지원팀 차장은 “이런 라인은 세계 어느 주류회사 공장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며 “직선일 때보다 하루 30만병가량을 더 생산하고 있지만 직원들의 안전문제가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공장 밖의 광경도 현대화와는 거리가 멀다. 재활용을 거쳐 회수된 공병을 쌓아놓을 자리가 모자라 수만개의 공병들이 공장 내 차도를 점령하고 있다.
이천=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매년 ‘증축 건의-묵살’ 반복
하이트진로가 선택한 방법은 충북 청원공장을 통한 우회생산이다. 이천에서 생산한 소주 원액을 청원공장에 보낸 뒤 원액을 희석해 만든 소주 완제품을 병에 담는 방식이다. 제조면허가 이천공장에 있기 때문에 청원공장은 병입(甁入)만 하는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병입작업을 위해 1993년부터 청원공장을 세웠다. 이렇게 이천에서 청원로 보내지는 소주 원액은 하루 28만L로 30t짜리 탱크로리 트럭 10대 분량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참이슬은 다시 이천을 거쳐 서울 등 수도권과 중부지방으로 흩어진다.
강근구 이천공장장은 “이천에서 만든 원액을 이천보다 남쪽인 청원공장으로 옮겨가 병에 담은 뒤 다시 북상을 시키다보니 물류비가 두 배가 아니라 세 배가 더 든다”고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시장 규모가 커지고 하이트진로 점유율이 올라갈수록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우회’ ‘편법’ 생산을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천공장(17만5257㎡)은 1978년 설립 이후 37년간 단 1㎡의 면적도 늘리지 못했다. 1982년부터 수도권 규제가 적용되는 현행 법령에선 증설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송광석 이천시청 규제개혁추진팀장은 “하이트진로의 이천공장은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산집법) 등에 따라 배출시설 제한과 특별대책2권역으로 지정돼 있다”며 “1990년부터 매년 6만3000㎡의 면적을 증축하겠다는 건의서를 내고 있지만 현행법으로는 허가를 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공장 증설이 허용될 경우 예상되는 100여개의 일자리도 허공에 떠있다.
강근구 공장장은 “하이트진로가 이천에 자리를 잡은 건 수도권 규제가 생기기 전인데 나중에 공장을 더 못 짓도록 규제하는 것은 (우리로선) 억울한 일”이라며 “더 투자해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데도 매년 묵살당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소주공장’의 그늘
증설이 차단된 가운데 제한된 면적에서 최대 생산을 하려다 보니 이천공장에선 다른 공장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들이 눈에 띈다. 공장 안 생산라인은 구불구불하다. 직선이 돼야 할 제조라인을 미로처럼 촘촘하게 만들어서 조금이라도 생산량을 더 늘리려는 것이다. 라인들도 서로 다닥다닥 붙어있어 직원들의 스트레스도 높다. 좁은 공간에서 라인에 있는 제품과 오가는 사람들을 피하느라 이만저만 고역이 아니다. 단일 주류제품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제품을 생산한다는 소식에 벤치마킹 등을 위해 공장을 방문하는 외국 기업인들도 이 모습을 보며 혀를 끌끌 찬다는 후문이다.
이천공장의 이인철 생산업무지원팀 차장은 “이런 라인은 세계 어느 주류회사 공장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며 “직선일 때보다 하루 30만병가량을 더 생산하고 있지만 직원들의 안전문제가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공장 밖의 광경도 현대화와는 거리가 멀다. 재활용을 거쳐 회수된 공병을 쌓아놓을 자리가 모자라 수만개의 공병들이 공장 내 차도를 점령하고 있다.
이천=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