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혁신의 현장 CES]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이 본 CES "사물인터넷 중심은 개인…인간感性 닮은 기계가 시간·비용 절감"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대담=정규재 논설위원실장
IoT시대, 정보의 양·속도보다
'누가 더 많은 두뇌 제공하나' 놓고 각축
모든 공간이 개인 한 사람 위해 진화
미래주택, 음성·영상이 주요 연결수단
'덥다' 말하면 로봇이 알아서 온도조절
통신사, 5G로 서둘러 이동해야
IoT시대, 정보의 양·속도보다
'누가 더 많은 두뇌 제공하나' 놓고 각축
모든 공간이 개인 한 사람 위해 진화
미래주택, 음성·영상이 주요 연결수단
'덥다' 말하면 로봇이 알아서 온도조절
통신사, 5G로 서둘러 이동해야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중심은 개인입니다. 인간의 감성을 모방한 기계와 기술이 개인의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겁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에서 만난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IoT시대의 특징을 이렇게 요약했다. 이 부회장은 KT 사장(2001~2002년), 정보통신부 장관(2002~2003년), 광운대 총장(2005~2009년) 등을 역임해 한국 정보통신기술(ICT)업계의 대부(代父)로 통한다. 그를 한국경제신문 CES 특별취재단장을 맡은 정규재 논설위원실장이 CES 전시장 회의실에서 만나 대담을 했다.
▷2010년 이후 5년 만에 CES를 찾았다고 들었습니다. 변화를 실감하십니까.
“사실 가전전시회인 CES는 지금까지 통신사와 별 관계가 없었죠. 그런데 근본부터 바뀌고 있습니다. 우선 집과 자동차의 개념이 달라졌어요. 스마트홈·스마트카의 진화를 보면 각종 센서가 전혀 새로운 가치를 구현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올해는 IoT 시대가 본격화하는 원년(元年)이라고 할 수 있죠.”
▷원년은 이중적인 의미입니다. 드디어 만개했다는 뜻도 있지만 걸음마를 시작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데요.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퀄컴 등 대부분의 전자회사 부스를 돌아봤어요. 저는 두 번째 의미에 방점을 두고 싶습니다. IoT 기술이 아직은 분산돼 있더군요. 가장 중요한 것은 두뇌입니다. 누가 두뇌 역할을 할 것인지 단초를 찾고 싶었는데, 실패했습니다.”
▷IoT는 네트워킹이 핵심입니다. 통신량 자체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 같습니다.
“네트워킹을 위한 센서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10억~20억개 정도이죠. 5년 뒤인 2020년엔 1000억개 이상으로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 있습니다. IoT 혁명으로 인해 무한대에 가까운 연결성이 필요해진다는 겁니다. 연결 과정에서 시간의 손실도 거의 없게 됩니다. 시간 지체가 겨우 0.01초 이내이죠. 이 짧은 시간에 1000억개의 센서를 무리없이 연결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세상이 됩니다.”
▷그런 세상을 위해 LG유플러스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얼마 전 국내에서 20가구의 동의를 얻어 3주가량 24시간 생활을 관찰했습니다. 집안 폐쇄회로TV(CCTV)를 통해서죠. 독신·2인·3인·노인 가구 등 세대별로 다양하게 구성했고요. 한밤중에 바비큐를 하는 집이 있는가 하면 새벽에 세탁기를 돌리기도 하더군요. 서비스 업체인 우리는 주부에게 초점을 맞췄습니다. 주부에게 ‘잃어버린 두 시간’을 돌려주자. 예컨대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주부의 할 일을 대신 해주고, 주부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며 각종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도와주자는 겁니다.”
▷재미있는 실험을 하셨군요. 스마트홈을 구현하려면 준비해야 할 게 많을 텐데요.
“LG유플러스는 통신사이지만 ‘탈(脫)통신’을 주창합니다.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거죠. 4G(세대)를 넘어 서둘러 5G로 이동해야 합니다. 집 주인이 ‘좀 덥다’고 말하면, 로봇이 알아서 에어컨을 켜거나 창문을 열어야 하죠. 말 한마디에 수십 개의 컴퓨터 두뇌가 작동해야 가능하죠. 그러려면 클라우드 컴퓨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다 필요합니다. 5G 시대는 많은 정보를 빠르게 보내는 게 아니라, 엄청나게 많은 연결성과 두뇌를 제공하는 게 관건이 될 겁니다.”
▷삼성·LG 등 부스를 가보니 스마트화한 TV가 주부들의 허브가 되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밖에선 자동차가 비슷한 역할을 하고요.
“IT의 발달이 집과 자동차에 대한 개념을 바꾸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집이나 회사에 있을 때 항상 편한 것만은 아니지 않습니까. 주변 사람들과 부대끼기 때문이죠. 그런데 차량 안에 있을 때만큼은 온전히 자신의 공간을 즐길 수 있습니다. IoT시대엔 직접 운전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자동차 안이 진정한 사적 영역으로 진화할 겁니다. 자동차는 더 이상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단순한 운송수단이 아닌 거죠.”
▷결국 무인차 시대가 열린다는 것인데, 기술 융합과 기업 간 협업이 더욱 중요해지겠군요.
“자동차 회사들이 누구와 동맹을 맺느냐가 핵심이지만, 상대는 계속 바뀔 수 있습니다. BMW가 올해 삼성전자와 손잡더라도 내년엔 또 달라지는 식이죠. 결국 센서와 두뇌, 이 두 가지를 누가 잘 제어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전통적인 의미의 자동차 산업은 송두리째 변화할 겁니다. 산업의 중심이 전기차로 이동할 텐데, 그렇게 되면 100년 넘게 쌓아 온 엔진 노하우는 쓸모가 없어집니다. 미국의 신생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가 자동차의 겉과 속을 모두 만들어내는 것이죠.”
▷소비자마다 선호하는 브랜드가 제각각인데, 모든 전자 제품을 무리없이 연결할 수 있을지도 궁금합니다.
“삼성전자와 같은 제조업체들은 하드웨어엔 강점을 갖고 있지만 모든 제품을 연결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제조사마다 애플리케이션(앱)이 다르기 때문이죠. 한 집에도 수십개의 앱이 깔릴 겁니다. 개방형 플랫폼을 만들어 모든 앱을 자유롭게 구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개별 제조사와 이해관계가 없는 통신사가 가장 유리하다고 봅니다.”
▷미래 주택의 모습은 어떨까요.
“문자를 넘어 음성과 영상이 주요 연결 수단이 될 겁니다. 특히 감성 콘텐츠(emotion contents)가 활성화되겠죠. 내가 집 안에서 ‘덥다’는 직접적인 표현 대신 다양한 감성적 언어를 써도 컴퓨터가 다 알아들을 수 있지요. 또 하나는 ‘나 중심(me-centric)’입니다. 모든 공간이 개인 한 명 한 명을 위해 진화합니다.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아껴주고,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며, 안전성을 높여줍니다. 인간의 감정 역시 다독여주지요. 한 해 동안 자살하는 노인이 한국에서만 3000명가량 되는데, 대화형 로봇이 이런 비극을 크게 줄여줄 겁니다.”
라스베이거스=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에서 만난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IoT시대의 특징을 이렇게 요약했다. 이 부회장은 KT 사장(2001~2002년), 정보통신부 장관(2002~2003년), 광운대 총장(2005~2009년) 등을 역임해 한국 정보통신기술(ICT)업계의 대부(代父)로 통한다. 그를 한국경제신문 CES 특별취재단장을 맡은 정규재 논설위원실장이 CES 전시장 회의실에서 만나 대담을 했다.
▷2010년 이후 5년 만에 CES를 찾았다고 들었습니다. 변화를 실감하십니까.
“사실 가전전시회인 CES는 지금까지 통신사와 별 관계가 없었죠. 그런데 근본부터 바뀌고 있습니다. 우선 집과 자동차의 개념이 달라졌어요. 스마트홈·스마트카의 진화를 보면 각종 센서가 전혀 새로운 가치를 구현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올해는 IoT 시대가 본격화하는 원년(元年)이라고 할 수 있죠.”
▷원년은 이중적인 의미입니다. 드디어 만개했다는 뜻도 있지만 걸음마를 시작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데요.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퀄컴 등 대부분의 전자회사 부스를 돌아봤어요. 저는 두 번째 의미에 방점을 두고 싶습니다. IoT 기술이 아직은 분산돼 있더군요. 가장 중요한 것은 두뇌입니다. 누가 두뇌 역할을 할 것인지 단초를 찾고 싶었는데, 실패했습니다.”
▷IoT는 네트워킹이 핵심입니다. 통신량 자체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 같습니다.
“네트워킹을 위한 센서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10억~20억개 정도이죠. 5년 뒤인 2020년엔 1000억개 이상으로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 있습니다. IoT 혁명으로 인해 무한대에 가까운 연결성이 필요해진다는 겁니다. 연결 과정에서 시간의 손실도 거의 없게 됩니다. 시간 지체가 겨우 0.01초 이내이죠. 이 짧은 시간에 1000억개의 센서를 무리없이 연결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세상이 됩니다.”
▷그런 세상을 위해 LG유플러스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얼마 전 국내에서 20가구의 동의를 얻어 3주가량 24시간 생활을 관찰했습니다. 집안 폐쇄회로TV(CCTV)를 통해서죠. 독신·2인·3인·노인 가구 등 세대별로 다양하게 구성했고요. 한밤중에 바비큐를 하는 집이 있는가 하면 새벽에 세탁기를 돌리기도 하더군요. 서비스 업체인 우리는 주부에게 초점을 맞췄습니다. 주부에게 ‘잃어버린 두 시간’을 돌려주자. 예컨대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주부의 할 일을 대신 해주고, 주부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며 각종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도와주자는 겁니다.”
▷재미있는 실험을 하셨군요. 스마트홈을 구현하려면 준비해야 할 게 많을 텐데요.
“LG유플러스는 통신사이지만 ‘탈(脫)통신’을 주창합니다.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거죠. 4G(세대)를 넘어 서둘러 5G로 이동해야 합니다. 집 주인이 ‘좀 덥다’고 말하면, 로봇이 알아서 에어컨을 켜거나 창문을 열어야 하죠. 말 한마디에 수십 개의 컴퓨터 두뇌가 작동해야 가능하죠. 그러려면 클라우드 컴퓨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다 필요합니다. 5G 시대는 많은 정보를 빠르게 보내는 게 아니라, 엄청나게 많은 연결성과 두뇌를 제공하는 게 관건이 될 겁니다.”
▷삼성·LG 등 부스를 가보니 스마트화한 TV가 주부들의 허브가 되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밖에선 자동차가 비슷한 역할을 하고요.
“IT의 발달이 집과 자동차에 대한 개념을 바꾸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집이나 회사에 있을 때 항상 편한 것만은 아니지 않습니까. 주변 사람들과 부대끼기 때문이죠. 그런데 차량 안에 있을 때만큼은 온전히 자신의 공간을 즐길 수 있습니다. IoT시대엔 직접 운전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자동차 안이 진정한 사적 영역으로 진화할 겁니다. 자동차는 더 이상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단순한 운송수단이 아닌 거죠.”
▷결국 무인차 시대가 열린다는 것인데, 기술 융합과 기업 간 협업이 더욱 중요해지겠군요.
“자동차 회사들이 누구와 동맹을 맺느냐가 핵심이지만, 상대는 계속 바뀔 수 있습니다. BMW가 올해 삼성전자와 손잡더라도 내년엔 또 달라지는 식이죠. 결국 센서와 두뇌, 이 두 가지를 누가 잘 제어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전통적인 의미의 자동차 산업은 송두리째 변화할 겁니다. 산업의 중심이 전기차로 이동할 텐데, 그렇게 되면 100년 넘게 쌓아 온 엔진 노하우는 쓸모가 없어집니다. 미국의 신생 전기차 회사인 테슬라가 자동차의 겉과 속을 모두 만들어내는 것이죠.”
▷소비자마다 선호하는 브랜드가 제각각인데, 모든 전자 제품을 무리없이 연결할 수 있을지도 궁금합니다.
“삼성전자와 같은 제조업체들은 하드웨어엔 강점을 갖고 있지만 모든 제품을 연결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제조사마다 애플리케이션(앱)이 다르기 때문이죠. 한 집에도 수십개의 앱이 깔릴 겁니다. 개방형 플랫폼을 만들어 모든 앱을 자유롭게 구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개별 제조사와 이해관계가 없는 통신사가 가장 유리하다고 봅니다.”
▷미래 주택의 모습은 어떨까요.
“문자를 넘어 음성과 영상이 주요 연결 수단이 될 겁니다. 특히 감성 콘텐츠(emotion contents)가 활성화되겠죠. 내가 집 안에서 ‘덥다’는 직접적인 표현 대신 다양한 감성적 언어를 써도 컴퓨터가 다 알아들을 수 있지요. 또 하나는 ‘나 중심(me-centric)’입니다. 모든 공간이 개인 한 명 한 명을 위해 진화합니다.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아껴주고,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며, 안전성을 높여줍니다. 인간의 감정 역시 다독여주지요. 한 해 동안 자살하는 노인이 한국에서만 3000명가량 되는데, 대화형 로봇이 이런 비극을 크게 줄여줄 겁니다.”
라스베이거스=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