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시 남사면에 있는 현대리바트가구 공장. 이 회사는 창고 공간 부족으로 원자재를 방수 비닐로 포장해 야외에 보관하고 있다. 용인=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경기 용인시 남사면에 있는 현대리바트가구 공장. 이 회사는 창고 공간 부족으로 원자재를 방수 비닐로 포장해 야외에 보관하고 있다. 용인=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국내 상위 가구업체 리바트가 현대백화점그룹에 인수된 것은 2011년 12월. 이름을 현대리바트로 바꿔 대규모 증설투자에 나설 즈음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본사 및 공장부지가 있는 경기 용인시 남사면 일대가 수도권정비계획법(수정법)상 성장관리구역에 묶여 신·증설 투자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성장관리권역에선 자연보전권역에 비해 규제 강도가 약해 규모와 업종에 관계없이 증설할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얘기다. 대기업인 현대리바트는 불가능하다. 성장관리권역에서 첨단업종에 속하지 않은 대기업은 신·증설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현대리바트 임직원들은 현대백화점그룹에 편입되기 전만 해도 이런 규제가 회사에 실제 적용될지 예상하지 못했다. 당시엔 연 매출이 3000억원대여서 대기업군에 속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선기 현대리바트 관리부장은 “2005년 증설하고 현대백화점그룹에 인수된 뒤에는 수도권 규제 때문에 대규모 투자를 제대로 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옛 리바트는 그 전에도 각종 규제에 묶여 역량에 걸맞은 사세를 키울 수가 없었다. 1982년 2월 용인에 14만㎡의 부지를 매입해 8만8000㎡ 규모의 공장을 지었다가 그해 말 수도권에 연면적 500㎡ 이상 공장의 신·증설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제정되면서 나머지 5만2000㎡의 부지를 놀리게 된 것. 게다가 공장 부지가 ‘국토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계법)상 자연녹지로도 묶이는 바람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신·증설이 시급했던 이유는 회사의 급성장 때문이었다. 리바트는 부동산 경기 활황으로 2000년대 들어 고속 성장을 질주했다. 2002년 2211억원이었던 매출은 2008년 3512억원으로 58.8% 늘어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국내 가구업계 2위를 유지하며 2010년까지 3893억원의 매출로 성장세를 유지했다.

2010년 10월 리바트의 숙원이었던 자연녹지가 10여년 만에 해제됐지만 이번엔 ‘국계법’ 시행령이 문제였다. 연접개발을 제한하고 있는 규정 때문이었다. 연접개발제한은 난개발을 막기 위해 녹지지역 등을 개발할 때 주변 지역까지 동시에 개발할 수 있도록 개발행위 면적을 일정 규모 이상으로 정하는 규제다. 당시 리바트엔 그만한 자금 여력이 없었다.

용인시는 2012년 연접개발 제한을 완화해 리바트가 증설할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현대백화점그룹에 인수되면서 또다시 신·증설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나마 현대리바트는 용인시가 지난해 7월 창고에 한정해 현대리바트의 부지 개발 계획을 승인한 것에 안도하고 있다. 기존 공장부지 외에 창고 부지로 2만2520㎡를 추가로 개발할 수 있도록 한 것. 이 창고시설은 앞으로 1년쯤 뒤에 완공된다. 그동안 현대리바트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완제품 이전 단계의 일부 원자재를 야외에 보관해야 한다. 방수 포장을 하고는 있지만 다른 기업들에 비해 가구 품질 유지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결과적으로 옛 리바트와 지금의 현대리바트는 도처에 얽혀 있는 수도권의 그물망 같은 규제에 치여 단 한 번도 성장을 위한 투자를 해본 적이 없다. 고용이 전국경제인연합회 규제개혁팀장은 “현대리바트 같은 사연을 갖고 있는 회사는 수도권 내에 부지기수”라며 “수도권 규제가 제대로 풀리면 눌려 있던 투자가 봇물처럼 터져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