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91세의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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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는 미리 준비하는 게 답
몸은 늙어도 '정신은 젊게'
권선주 < 기업은행장 sunjoo@ibk.co.kr >
몸은 늙어도 '정신은 젊게'
권선주 < 기업은행장 sunjoo@ibk.co.kr >
![[한경에세이] 91세의 피아니스트](https://img.hankyung.com/photo/201501/AA.9488098.1.jpg)
화려한 기교는 없다. 과도한 몸짓도 없다. 검버섯 핀 창백한 얼굴에 우두커니 앉아 건반에 손을 갖다 대면 저절로 손가락이 건반 위를 휘젓는 듯하다. 가끔 지휘자와 눈을 마주칠 뿐 그의 귀와 신경은 온통 소리에 집중해 있다. 입을 오물거리며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점점 빠져든다. 감탄이 절로 난다. 감동이 밀려온다. 뮤지션은 정년이 없다고는 하지만 놀랍다.
바야흐로 100세 시대다. 50대 은퇴를 바라보고 살아온 사람에게는 당황스러운 기간연장이 아닐 수 없다. 돈이 있어야 하고, 친구가 있어야 하고, 열정을 불사를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
기업은행에서는 성공한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의 기업가 정신을 기리기 위해 ‘중소기업인 명예의 전당’을 운영한다. 지난 11년간 스물아홉 분의 CEO를 헌정했는데 그야말로 존경을 한몸에 받아 마땅한 분들이다. 평균 연세는 73세, 아직도 대부분 현업에서 일하고 계신다. 매일 오전 6시 반에 출근해 회사 정문 앞을 쓸고 닦는 분, 모든 시제품을 본인이 직접 검사하는 분 등. 열정이 대단한 분들이다. 그러니까 회사를 키운 것이다. 몸은 늙어도 정신은 늙지 않는다.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니까.
2026년이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화 사회란다. 한국 노인의 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라는데, 그만큼 노후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얘기다. 한 연구에 의하면 부모 소득이 높을수록 따로 사는 자식과 얼굴 볼 가능성도 높아진다. 반대로 얘기하면 돈 없으면 자식, 손자 얼굴 보기도 어렵다는 것 아닌가.
담뱃값이 커피값과 비슷해졌다. 하루 담배 한 갑 비용을 아껴 30년간 저축하면 60세부터는 매월 40여만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흡연자라면 금연부터 실천해 여유 있는 노후를 준비해보는 건 어떨까. 물론 건강은 더 큰 수확이다. 그리고 일이든 취미든, 열정을 불사를 뭔가를 찾아보자. 은퇴 후 삶은 미리 준비하는 게 답이다.
권선주 < 기업은행장 sunjoo@ibk.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