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CES '혁신경쟁' 나몰라라 하는 국회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새해 정국구상을 겸해 미국 소비자가전 전시회(CES)를 둘러보고 지난 8일 귀국한 것을 놓고 뒷말이 많다. 그가 2·8 전당대회 예비경선일(7일)에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전직 당 대표로서 책임감이 없고, 전대 보이콧 등 정치적 복선을 깔고 있는 게 아니냐”는 구설에 올랐다.

안 의원은 귀국 후 기자들을 만나 “공교롭게 일정이 겹쳤을 뿐”이라며 “CES에서 전 세계 혁신경쟁의 실체를 확인했고, ‘한국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나’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곳엔 우리 정치인이 한 명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당파적 사고에만 사로잡힌 정치 현실을 에둘러 비판한 ‘안철수식’ 반격으로 풀이된다.

올해 CES는 새로운 기능의 TV, 스마트폰 등 첨단 정보기술(IT) 기기뿐만 아니라 사물인터넷(IoT)과 결합한 미래자동차들을 선보였다. 운전대가 사라진 ‘자율주행 자동차’와 첨단 스마트카의 상용화는 이미 가시권에 들어왔고, 자동차산업은 전통 산업 간 경계를 허무는 무한 혁신경쟁의 장이 될 것이란 진단도 나왔다. CES에 파견된 한국경제신문 특별취재단은 산업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자동차 관련 사업 및 연구개발(R&D)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연일 보도했다. 국가 간 승부는 기술경쟁력 못지않게 제도와 법적 시스템이 주요 변수가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현재 관련 법안의 추진 현황을 보면 김희정 의원(새누리당)이 지난해 자율주행자동차를 시험 및 연구목적으로 운행할 수 있도록 한 ‘자동차 관리법 개정안’을 뒤늦게 발의했지만 상임위원회는 제대로 심의조차 안 하고 있다. 미국 등 자동차 선진국에서는 무인자동차 시험운행을 허용하는 입법화를 끝내고 저만큼 앞서가고 있는데 한국은 무인자동차를 시험운행할 법적 제도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새삼스럽게 CES에 국회의원 중 유일하게 참관한 안 의원의 미국 행보를 거들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정기국회를 끝내자마자 봇물을 이뤘던 외유성 출장을 떠올리면 ‘미래 생존경쟁’이 벌어지는 CES에 대한 우리 국회의원들의 인식 수준이 안타까울 뿐이다.

손성태 정치부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