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탈세 가능성이 높은 사업자 45만명에게 부가세 관련 탈세혐의 자료를 발송했다. 세무당국이 납세자들에게 조사에 활용되는 고급자료를 미리 배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탈세 가능성을 미리 경고하는 대신 사후검증을 70% 감축해 사후검증 중심에서 사전고지 및 성실신고 유도로 전환하는 세정운영이다.

○올 사후검증 1만5000명 이하

국세청, 脫稅혐의 사업자에 '경고'
최진구 국세청 개인납세국장은 12일 세종시 국세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사후검증 중심의 부가세 납부 체제를 사전적 지원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사후검증이란 납세자들이 세금을 내고 난 후 국세청이 탈세혐의가 높은 사례를 따로 추려 납세증빙의 적정성을 따지는 것을 말한다. 이를 사전 지원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세금을 제대로 낼 수 있도록 국세청이 보다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는 뜻이다.

국세청은 사전지원 강화 차원에서 국세청이 자체 확보한 탈세혐의 관련 자료를 부가세 납부 대상 사업자 45만여명에게 최근 발송했다. 이 자료들은 매출누락이나 매입세액 부당공제 등을 입증할 수 있는 문서다. 예를 들어 부가세를 내지 않기 위해 자료상을 이용하는 유흥업소에 자료상으로부터 국세청이 직접 입수한 세금계산서 내역을 보내주는 식이다. ‘국세청이 당신의 탈세 시도를 모두 알고 있으니 제대로 신고하라’고 경고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반면 국세청은 사후검증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김한년 국세청 부가가치세과장은 “사전지원을 강화하는 대신 사후검증은 지난해에 비해 70% 가까이 줄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세청은 부가세 관련 사업자 4만5000명을 대상으로 사후검증을 진행했다. 올해는 이를 1만5000명 이하로 대폭 줄일 계획이다.

○자발적인 성실신고 유도

국세청, 脫稅혐의 사업자에 '경고'
사후검증과 세무조사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세수를 확보하는 국세청이 사후검증을 대폭 줄이는 것은 납세자들에게 상당한 혜택을 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탈세혐의 자료를 사전에 알려주는 만큼 비록 탈세를 시도한 사업자라 하더라도 국세청이 고지한 내용에 맞춰 신고하면 가산세를 낼 가능성이 매우 낮아진다.

지금까지 국세청은 탈세 혐의자에 대해 이런 사전고지 없이 신고를 받은 후 세무조사나 사후검증 등을 진행했다. 적발되면 누락 세금 못지 않은 가산세를 납부하는 사례도 많다. 최 국장은 “가산세를 포기하더라도 성실신고를 유도하는 게 세수에는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의 이런 세정운영 변화는 지난해 8월 취임한 임환수 국세청장이 강조한 지침과 일맥상통한다. 당시 임 청장은 “납세자가 세금을 성실하게 신고하도록 최대한 지원하는 게 사후 대책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세청은 사전 안내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사업자에 대해선 보다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할 방침이다. 고소득 자영업자나 전문직 사업자도 엄정하게 관리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사전고지가 자발적인 성실신고를 유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세청 고위 관계자는 “사회가 갈수록 복잡해지면서 세무당국의 사후 대응이 한계를 맞고 있다”며 “최대한 납세자들이 알아서 세금을 신고·납부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세수 확보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세정당국의 최대 과제”라고 설명했다.

올해 부가세 납부 대상자는 596만명(법인 70만명, 개인 526만명)이다. 대상자는 오는 26일까지 국세청 홈페이지나 관할 세무서를 통해 부가세를 납부하면 된다.

세종=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