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에 대한 고점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상하이와 홍콩 거래소 간 교차매매를 허용하는 후강퉁이 시행된 지난해 11월 이후 상하이종합지수가 30%가량 급등한 때문이다. 여전히 대다수 전문가는 “과열을 논하기엔 이른 시점”이라는 의견이다. 하지만 낙관론에도 지금까지와 같은 ‘화력’을 유지하긴 어렵다는 단서가 따라붙는다. 후강퉁 시행 이후 두 배 이상 주가가 뛴 금융, 부동산주 비중을 줄이고 소비재, 정보기술(IT), 미디어 관련주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날아오른 中증시, 천장 다다랐나
○중국 증시 ‘깔딱고개’ 만났나

중국 증시는 지난주까지 9주 연속 상승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이후 가장 긴 기록이다. 특히 금융, 건설주들의 상승세가 가팔랐다. 후강퉁이 시행된 지난해 11월 이후 상하이 증시 증권업종지수 상승률은 126.6%에 달했다. 대표 종목인 중신증권의 주가 상승률은 이 기간 163.5%에 이르렀다. 중국 증시 호조 덕에 국내에 판매된 중국 본토펀드도 일제히 플러스 수익률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62개 중국 본토펀드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은 35.25%, 6개월 수익률은 54.19%를 기록 중이다.

중국 증시에 이상기류가 감지된 것은 지난주부터다. 지난주 상하이종합지수는 1.6% 올랐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지난해 말에 비해 수익률이 크게 둔화됐다. 급기야 12일에는 전 거래일보다 지수가 1.7% 빠졌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에서 중국의 강세장이 끝났다는 진단이 나오면서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첸리 UBS 전략가는 “단기 상승폭이 지나치게 컸다”며 “앞으로 상당 기간 지수만 요동치는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급준비율 인하 등 완화적 통화정책이 발표되면 조정이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펀드 통계에서도 고점을 의심할 만한 신호가 나오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중국 본토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1066억원에 달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중국 증시의 폭락을 지켜봤던 투자자들이 목표 수익률을 달성한 후 서둘러 환매에 나선 결과라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는 “중국 주식 직접 투자는 물론 펀드 신규 투자도 한풀 꺾이는 분위기”라며 “현재의 지수대가 부담스럽다는 투자자가 많다”고 말했다.

○새로운 중국 투자 전략은

중국 증시에 대한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황영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국 본토 증시의 MSCI 지수 편입을 앞두고 미리 중국 주식을 사두려는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꾸준하고, 중국 내부에서도 지지부진한 부동산에서 돈을 빼 증시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지수 상승 속도는 느려지더라도 추세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성만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5팀장은 “굉장히 싼 대형주들이 정상 궤도를 찾은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금리 하락으로 주식의 상대적 매력이 커진 점 등을 감안할 때 올해 내로 상하이종합지수가 20%가량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 건설주 중심의 투자 전략을 일부 수정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융, 건설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오른 1등 브랜드 소비주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선전 증시 개방을 앞두고 선전과 홍콩에 동시 상장된 IT, 미디어 관련 우량주들에 미리 투자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강현진 삼성증권 차이나데스크 전문위원은 “국가 경제 체질 개선, 삶의 질 향상, 소비기반 확대와 같은 중장기 트렌드에 맞는 종목은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며 고속철과 지하철 사업을 함께하는 중국철도그룹, 중국 1위 여행사인 동시에 면세점 사업자인 중국국제여행사 등을 추천했다.

송형석/안상미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