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이용해 동영상을 시청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지만 업계에서 모바일TV는 ‘계륵’ 신세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2~4년이 됐지만 마땅한 수익모델이 없어서다.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모바일TV를 이동통신·인터넷TV(IPTV) 등 주력 서비스의 결합상품으로 끼워 팔면서 저가 경쟁의 늪에 빠졌다. 티빙 에브리온TV 등 통신서비스가 없는 인터넷 플랫폼 기반 모바일TV는 더 어려운 처지다. 모바일 시청이 일반화돼 투자를 중단할 수도 없다. 국내 사업자들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해외에서는 넷플릭스 훌루 등 다양한 N스크린 서비스가 급성장하고 있다.
가입자 늘지만 돈은 안돼…계륵 된 모바일TV
○인기 오르지만 사업성 ‘제로’

방송 시청 패턴은 기존 안방극장에서 IPTV와 모바일TV 등으로 다변화되는 추세다. ‘손안의 극장’ 모바일TV는 편의성과 빠른 국내 이동통신망 덕분에 인기가 오르고 있다. 한국스마트미디어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경기 지역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스마트폰 보유자 가운데 70% 이상이 하루 1시간 넘게 모바일TV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내 모바일TV 사업자들은 정작 재미를 못 보고 있다.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해서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출시 때부터 모바일TV를 별도의 유료 서비스로 기획하지 않고 휴대폰·IPTV 등 주력 통신서비스의 ‘록인(lock-in·가입자 가두기)’ 서비스로 활용했다. 초창기 포털사이트에서 웹툰을 도입한 것과 마찬가지다.

한 번 경쟁이 시작되니 판을 물릴 수도 없다. 모바일TV 이용료를 높게 책정하면 경쟁사보다 불리한 입장이 되기 때문이다. 애초에 록인 서비스로 활용한 나름의 까닭도 있다. 국내에서 불법 웹하드·P2P 서비스가 인기를 얻어 유료 동영상에 대한 소비자의 거부감이 커서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자승자박한 셈이 됐지만 장르를 불문하고 콘텐츠를 제값 내고 보지 않는 국내 분위기에도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CJ헬로비전 현대HCN 등 주력 통신서비스가 없는 모바일TV 사업자는 더 어려운 형편이다. CJ헬로비전의 티빙은 국내 가입자가 680만여명으로 1위지만 성장은 정체 상태에 빠졌다. 2013년 4분기 ‘응답하라 1994’ 주문형비디오(VOD) 특수로 약 7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을 제외하면 2013년 3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40억원대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출혈경쟁’ 늪에 빠진 국내 OTT

VOD를 서비스하고 콘텐츠를 업데이트하는 데는 돈이 계속 든다. 업계에서 모바일TV 사업부가 ‘돈 먹는 하마’로 인식되는 이유다. 자구책 마련이 활발하지만 단기간 내에 성과를 거둘 만한 아이디어는 없다.

그중 하나가 해외 진출이다. CJ헬로비전 등 모바일TV 사업자들은 중화권에 티빙 플랫폼과 콘텐츠를 함께 수출해 수익을 낸다는 전략을 짜고 추진 중이다. 하지만 지역성이 강한 방송과 플랫폼 사업의 해외 진출이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지기는 극히 어렵다는 게 업계 평가다. 해외 진출은 신사업 아이디어 중 하나지 모바일TV 핵심 사업모델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도 고민이 깊다. 수시로 이해 관계자를 모아 회의를 열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김진형 미래부 디지털방송정책과 과장은 “통신사 저가 정책 등은 사업자 결정이어서 정부에서 개입할 수 없다”면서도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모바일TV 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분명히 개선해야 할 점으로, 해결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자들은 모바일TV를 포기할 수 없다. 성장 분야이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모바일TV를 포함한 세계 인터넷 기반 플랫폼(OTT) 시장 규모가 2019년 554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 모바일TV 사업자는 “선행 투자 개념으로 키우고는 있지만 솔직히 답답한 것이 사실”이라며 “넷플릭스 훌루 등 해외 서비스가 급성장하는 것을 보면 만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