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 껍데기서 추출한 키토산으로 메모리 칩 개발
국내 연구진이 게 껍데기에서 추출한 키토산을 이용해 메모리 소자(칩)를 제작했다. 키토산은 사람이 먹어도 되는 물질이기 때문에 차세대 캡슐형 내시경, 인공장기 등 인체 내에서 사용할 전자기기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장식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교수(사진) 연구팀이 키토산을 이용한 생체적합성 메모리 소자를 개발했다고 12일 발표했다.

현재 사용하는 전자기기에는 실리콘 반도체로 제작한 메모리 소자가 사용된다. 실리콘 반도체는 사람 몸에 직접 닿거나 신체 내부에서 사용하기에는 안전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최근 실크, 젤라틴 같은 생체 친화 소재를 활용한 전자 소자 연구가 활발한 이유다. 게나 새우 같은 갑각류의 껍데기에서 추출한 키토산을 이용해 메모리 소자를 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반 반도체가 전자의 이동을 이용하는 반면 연구팀이 개발한 메모리는 키토산의 저항변화를 이용한 소자다. 전극에는 백금과 은을 사용했다. 외부에서 전압을 가하면 키토산의 저항이 달라지는데 이를 이용해 데이터를 저장한다. 높은 저항 상태와 낮은 저항 상태를 구분해 0, 1 등의 신호로 기록하는 방식이다. 0, 1 두 가지 신호뿐만 아니라 4개, 8개의 정보를 한꺼번에 저장(멀티레벨)할 수도 있다.

키토산 기반 메모리 소자는 낮은 전압에서도 높은 정보 저장 능력을 보였고 200~300회 정보를 쓰고 지우거나 수십 시간 작동해도 안정성을 유지했다. 휘어지는 기판 위에서도 메모리 소자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실리콘 기반 메모리의 동작과 비슷하면서도 생체적합성 소재로 제작해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피부에 직접 부착하거나 삽입할 수 있는 차세대 캡슐형 내시경, 인공근육, 인공장기, 패치형 전자소자 등에 응용할 수 있다.

이 교수는 “해산물 처리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메모리 제조단가를 낮추는 데도 유리하다”며 “후속으로 전극까지 모두 생체 적합 소재로 만든 메모리 소자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ACS나노’에 실렸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