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IoT시대,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
사물인터넷(IoT)은 미래학자의 언어도, 특정 산업에 한정된 영역도 아니었다. 미래가 아니라 현실이었다. 지난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CES(가전전시회)는 IoT가 이미 우리의 일상생활 곳곳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것을 생생히 보여줬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은 연결(connectivity)되고 통합(integration)되는 중이다. 협업(collaboration)시대다. 스마트 홈, 스마트 카, 스마트 소사이어티가 바로 코앞이다.

연결·통합·협업해야 산다

자동차의 변화는 극적이다. 스마트 워치 등을 이용해 다양한 신기술로 무장된 스마트 카들이 속속 등장할 태세다. BMW와 아우디는 음성 명령만으로 자동차를 전시관 무대 위로 불러냈고, 현대자동차는 운전자의 심장 박동 수가 정상이 아닐 경우 자동으로 속도를 줄여 갓길에 세우는 기술을 선보였다. 벤츠와 폭스바겐은 손 동작으로 내비게이션, 오디오, 비디오를 작동시켰다. 자동차가 빈 주차공간을 찾아주는 정도는 이제 놀랄 일도 아니다. 마크 필즈 포드 회장은 5년 내에 무인차가 나올 것이라며 스마트 카로 스마트 사회를 구현하겠다고 선언했다. 물론 자동차회사 혼자로는 감당이 안된다. BMW는 삼성전자, 현대차와 아우디는 LG전자와 손잡고 있다. 바로 연결과 협업이다.

TV는 아예 동맹으로 간다. 삼성전자가 월트디즈니, 20세기폭스에다 경쟁업체인 소니, LG전자 등 12개사로 초고화질 TV를 위한 동맹을 출범시킨 것이 그렇다. 아무리 기술이 빼어나도 TV 하나만으로는 안된다는 전략적 판단이다. 도요타가 수소 연료전지차 관련 특허 5680개를 무상 공개하겠다는 것도 같은 차원이다. 전기차에 대항해 수소차 연합을 만들려는 동맹 전략이다.

IoT가 게임룰을 바꾸고 있다. 동맹과 진영에 의한 경쟁이다. 그러나 사안에 따라 이합집산이 수시로 벌어질 것이란 게 업계 전망이다.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는 시대다.

동맹에 의한 무한경쟁 시작

당장 TV, 자동차는 부가되는 콘텐츠, IT까지 모두 고품질로 가지 않으면 낙오할 것이 틀림없다. TV는 이제 미세한 기술 수준의 격차를 따지는 것은 의미없다. 고품질의 동영상, 인터넷, 다채널을 얼마나 쉽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느냐가 관건이다. 리모컨도 진화가 불가피하다.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2020년까지 모든 가전제품을 IoT로 100% 연결하겠다고 강조했다. 가전업체들은 저마다 IoT를 자사 제품으로 연결하기 위해 표준화를 놓고 생사를 다툴 것이다.

자동차는 전장부품의 원가 비중이 2010년 32%에서 올해는 40%를 넘고, 2020년엔 70%까지 급증할 것이라고 한다. 스마트 카는 곧 인터넷 카다. 자동차업체와 IT업체 간 연합은 필연적이다. 그러나 동시에 양자 간 플랫폼 주도권 쟁탈도 치열할 것이다. 무인항공기 드론은 현재 한 번에 7분, 10㎞까지 날 수 있는 게 한계다. 배터리 용량 때문이다. 드론업체는 배터리 기술력이 높은 업체와 뭉쳐야 살 수 있다.

결국 개별 기업의 단독 플레이가 아니라, 협업을 통한 팀 플레이가 생존의 필수조건이자 성공으로 가는 길이다.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 재미, 감성을 충족할 수 있느냐에 성패가 달렸다. 소비자는 선택만 하면 그뿐이다. 드림팀에 끼면 살아남고, 그렇지 못하면 죽음이다. 불과 몇 년 안에 승자와 패자가 갈릴 것이다. 무한경쟁이 시작됐다.

문희수 논설위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