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늘어나는 관광객, 길에서 재우자는 말인가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1419만명이 한국을 찾았다. 지난 10여년 사이 두 배 이상으로 시장이 커진 것이다. 이런 성장 배경으로 여러 요인을 꼽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전 세계로 1억여명의 관광객을 송출하는 중국 관광시장의 급속한 확대에 기인하는 바 크다. 이 시장은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수년 내 3~4배는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제관광에서 한국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일본은 최근 관광객 유치 목표를 2030년 3000만명으로 올려 잡았다. 한국 정부 역시 2020년쯤에나 예상했던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을 2017년에 조기 달성할 전략 마련에 돌입했다.

이런 야심찬 정책 비전에도 불구하고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외국인 관광객을 목표대로 유치한들 이들을 마땅히 재울 곳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수년 전부터 이런 사정이 알려져 많은 투자자들이 호텔을 새로 짓고자 했지만 그렇게 되지 못했다. 마땅한 땅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적정 규모의 빈 땅도 많지 않지만, 서울 시내 정화구역 내 호텔 설립 심의 대상 학교만 2063개에 달한다. 심의 결과도 예측할 수 없어 투자 유치가 원활하지 못한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3년간 전국적으로 91개, 서울에서만 76개 호텔사업이 심의과정에서 불승인됐다. 정부도 2년여 전부터 일부 학부모들이 걱정하는 학습권 침해 우려를 반영해 수차례에 걸쳐 관련 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번번이 반대에 부딪혀 지금껏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관광호텔처럼 학교환경 위생 정화구역 내 상대적 금지시설로 분류된 것은 총포, 화약 및 고압·천연·액화가스 제조 및 저장소다. 실제적 위험이 있는 업종이다. 사행행위장이나 증기탕, 유흥·단란주점, 무도학원, 무도장 등도 포함돼 있다. 우리 사회가 관광호텔을 법적으로 이런 유형과 부류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관광호텔은 1960년대부터 한국의 고도 경제성장을 유인한 외화 획득 업종으로 실질적인 수출공장이자 산업기지 역할을 해왔다. 역사적으로 한국을 찾은 국빈이나 외교사절을 맞이한 곳이 호텔이다. 한국 최초의 사교댄스장, 한국 최초의 아이스크림이나 커피를 맛볼 수 있던 곳이기도 했다. 호텔은 최근 한국이 세계 5위의 국제회의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인프라 시설이기도 하며, 세계 8위의 무역대국으로 각국에서 온 바이어들을 재우고 먹이고 구매협상을 펼치는 곳이기도 하다. 또 국제 수준의 문화·예술전시가 이뤄지는가 하면 지방에서는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역할도 하고 있다. 여기에 각종 부티크 호텔이 늘어나면서 우리 생활 주변을 품격 있게 만들어 주는 건축 명소로도 자리 잡고 있다. 관광호텔에 대한 몰이해가 아쉬운 이유다.

아직까지 불승인된 호텔사업 투자계획 중 41개 사업이 재추진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중 40개 사업체가 중소기업이고, 7000억원 이상의 신규 투자와 1만9000여개의 새로운 일자리도 생겨난다고 한다. 더구나 학교에서 50m 이상 떨어지고 유해시설은 무조건 배제한 후 100실 이상 규모의 호텔만 허용하겠다는 정부의 관련법 개정안도 제출됐다.

이럴 경우 한 대기업이 추진했던 광화문 일원의 호텔 건립은 자연히 제외된다. 이렇게 바꿨는데도 관광진흥법 개정에 동의할 수 없다면 이제까지의 반대를 학습권 문제 때문만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김상태 <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