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캠리에 탄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도요타 캠리에 탄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2015 북미 국제오토쇼(디트로이트 모터쇼)’ 개막일인 12일 오전 10시께(현지시간) 행사장(코보센터)에 도착해 2시간 가까이 20여개 브랜드 전시장을 돌며 수십종의 차량을 살펴봤다. 그는 궁금한 게 있을 때마다 동행한 임직원에게 질문을 던졌다. GM 쉐보레 부스에서는 신형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볼트(volt·양산차)와 순수 전기차 볼트(bolt·콘셉트카)의 주행거리 연장 기술 등에 대해 동행한 현대차 미국법인 직원에게 하나하나 질문하며 체크했다. BMW의 전기차 i시리즈 등은 문을 열어보고 내장재를 만져보며 질감을 확인했다.

정 부회장이 이날 가장 관심을 보인 곳은 도요타 부스였다. 그는 직접 캠리 운전석으로 들어가 5분 동안 실내를 꼼꼼히 살폈다. 미국법인 직원은 조수석에, 김원일 현대차 부사장은 뒷자리에 같이 앉았다. 정 부회장은 5분 가까이 앉아서 핸들을 잡거나 수납공간과 오디오 등을 조작하며 질문을 던졌다. 캠리만 탄 이유에 대해 그는 나중에 기자와의 대화에서 “캠리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라고 답했다. 적을 제대로 알아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현장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짧고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앞으로 타깃은 세계 최대 자동차 판매 업체인 도요타고, 미국에서 쏘나타를 캠리만큼 팔겠다는 것이다. 2013년 3월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 이후 2년 만에 기자들과 만난 정 부회장은 여러 질문에 거침없이 답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엔저 여파로 미국 시장 점유율이 떨어졌다.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더 경쟁력 있는 차를 내놓는 게 결국 해결책이다. 신차가 내년에 많이 나오기 때문에 올해는 쏘나타에 집중할 생각이다. 하반기 미국에 내놓을 신형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도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일본 업체들이 가격을 많이 내리고 있는데, 현대차도 받아들일 수 있는 선에서 조정하겠다.”

▷‘제값 받기’ 정책에 변화가 있나.

“제값 받기 정책을 바꾸는 건 아니다. 다만 엔저로 일본차 가격이 많이 내려서 대응하는 차원에서 할부금융 상품을 더 많이 개발하고 인센티브(딜러에게 지급하는 판매장려금)를 강화하는 차원이 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다른 업체들이 할 수 있는 전략은 다 동원해 쓰겠다. 올해를 잘 넘기고 내년을 준비하겠다.”

▷도요타 캠리를 직접 타 보던데.

“캠리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다. 보고 싶었다. 물론 남양연구소에도 있지만 한 번 더 봤다.”

▷국내 시장 점유율이 하락세다.

“수입차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하고 신경 많이 쓰고 있다. 비상이라고 생각한다. 소비자의 작은 얘기라도 듣고 곧바로 시정하는 마음가짐을 전 직원이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성과가 곧바로 나오지 않고 있지만 올해는 작년보다는 분명히 나아질 것이다.”

▷지난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전자쇼 CES에도 참석했는데 어떤 점이 인상 깊었나.

“중국 가전업체의 발전이 놀라웠다. 기술력이 뛰어난 중소업체가 많았다. 정보기술(IT)과 자동차의 융합은 이제 대세가 됐다. 내년에는 CES에서 자동차 부문이 더 늘어날 것 같다. 그러나 자동차는 품질이 중요하니까 단기간에 전장 기술을 많이 넣긴 어려울 것이다.”

▷최근 BMW에서 고성능차 전문가인 알버트 비어만을 영입했다.

“2017년께 대중성 있는 고성능차를 출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800만대 판매 이후 현대차그룹의 큰 방향은 무엇인가.

“지금은 현대차 부회장으로서 현대차만 담당하고 있다. 800만대 이후 그림이나 한전 부지에 짓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는 그룹 차원의 일이라서 관여하지 않는다. 제조업의 본질에 충실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차를 잘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디트로이트=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