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동률 떨어져도 근무조정 못해"…한국GM 강성노조 비판
미국 제너럴모터스(GM) 고위 임원들이 한국GM의 노조 문제를 정면 비판한 것은 강성 노조 활동이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국GM의 일감은 줄어들고 생산비용은 올라가는데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한국GM 노조는 “본사와 한국GM 경영진의 일방통행식 경영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양측의 온도 차는 군산공장 근무 방식을 두고 확연히 드러났다. GM이 2013년 말 쉐보레 브랜드를 유럽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하면서 유럽 쉐보레 물량의 90%가량을 책임지던 군산공장의 가동률이 60%대로 떨어졌다. 2011년 26만대였던 군산공장의 생산량은 지난해 8만대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에 한국GM은 작년 1월 주간 2교대로 운영하던 군산공장을 주간 1교대로 전환하자고 노조 측에 제안했다. 줄어드는 생산량을 만회하기 위해 군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쉐보레 올란도를 우즈베키스탄으로 수출하자는 의견도 전달했다. 하지만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 간 갈등으로 우즈베키스탄 수출은 아직 성사되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군산공장의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대안 없이 1교대제로 전환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주간 1교대 전환 논의가 시작된 지 1년이 넘었지만 한국GM의 노사 간 간극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군산공장 근무 체계를 효율적으로 바꾸지 못하고 허송세월하는 사이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돼 인건비 부담만 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국GM 노사는 부평 1, 2공장 라인 조정을 둘러싸고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회사 측은 소형차와 준중형차를 생산하는 부평1공장과 중형차를 만드는 부평2공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그 일환으로 준대형 세단 알페온의 후속인 임팔라를 해외에서 수입해 판매하고 중형 세단인 말리부 후속 모델을 내년부터 2공장이 아닌 1공장에서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노조는 2공장의 일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힘들어진다며 반대했다.

노조는 회사 측에서 내달 18일을 전후해 부평1공장에서도 중형차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공사를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평 1공장과 2공장을 효율화하는 수순이 본격화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공장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여러 방안 중 하나로 고려하고 있을 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럼에도 정종환 한국GM 노조 부평지부장은 지난 5일부터 1, 2공장의 라인 조정에 반발하며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GM 본사는 노조의 이런 강경노선을 회사 경쟁력 저하 요인으로 꼽고 있다. 슈테판 야코비 GM 사장이 “한국에서 노사가 신뢰를 쌓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유럽 쉐보레 브랜드 정리로 줄어든 물량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한국GM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GM본사에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GM 노조 관계자는 “GM은 한국GM을 친환경차 같은 고부가가치 차량의 전진 기지로 삼기보다는 높은 인건비를 핑계로 생산량만 줄여왔다”며 “문제를 풀기 위해 노조와 대화하기보다 본사의 지침을 하달하는 방식으로 일방적인 경영을 해왔다”고 비판했다.

정인설/디트로이트=강현우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