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절반 이상은 지난해 임금·단체협상에서 통상임금 범위를 재조정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통상임금 문제가 올해도 노사 갈등의 불씨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매출 상위 300대 기업 중 100곳을 대상으로 지난해 통상임금 협상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임단협에서 통상임금 범위를 재조정한 기업은 44곳에 그쳤다고 13일 발표했다.

2013년 말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통상임금 판단 기준이 나왔지만, 산업 현장에선 여전히 통상임금 범위를 두고 노사 간 의견 차가 큰 데 따른 것이다. 기업들이 통상임금 협상에서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사항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내용(44.4%)이었다. 총액 인건비 증가 허용 범위 내 조정(23.6%), 그룹 내 계열사 간 형평성(12.5%), 동종 업계와의 형평성(12.5%) 등의 답이 뒤를 이었다.

통상임금 재조정에 합의한 44개사 가운데 전년 대비 통상임금 인정 범위를 확대했다는 기업은 34곳에 달했다. 이들 34개사의 통상임금은 전년 대비 평균 17.9% 증가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명시한 대로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 요건을 갖춘 상여금과 각종 수당 등을 통상임금에 새로 추가했기 때문이다.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 중인 회사가 9곳이며, 통상임금 소송을 끝낸 기업이 3곳이었다. 작년 10월 르노삼성 1심 판결 등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배치되는 하급심 판결이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컸다. 제각각인 하급심 판결이 미칠 영향으로 노사 갈등 악화(38%)와 노사 자율이 아닌 법률에 의한 해결 증가(23%), ‘로또’식 통상임금 소송 증가(11%), 통상임금 소송 장기화(7%) 등의 의견이 나왔다.

이철행 전경련 고용노사팀장은 “최근 일부 하급심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엇갈린 판결을 내놓으면서 산업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대법원 판결과 하급심 판결 간에 일관성이 있어야 통상임금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