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헌 노무법인 서원 대표 "노조의 임단협 찬반 투표, 법적 효력 없어"
“노사가 법과 원칙만 지키면 노사관계가 불안해질 이유가 없습니다.”

울산에서 20여년째 노무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이우헌 서원 대표(52·공인노무사·사진)는 13일 “지난 19년 동안 파업 한 번 하지 않았던 현대중공업 노사관계가 급격히 악화된 이유도 노사 각자가 법과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때문”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최근 현대중공업 노조가 회사 측과 7개월여 만에 마련한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것부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노조위원장은 엄연히 법적으로 교섭권과 체결권을 부여받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노조위원장이 잠정합의안 총회를 다시 거친다는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체결 권한을 본질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로 그 효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법원이 2002년 6월 전원합의체를 열어 ‘노조 대표자가 사용자와 단체협약의 내용을 합의한 후 다시 협약안의 가부에 대해 조합원 총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 것은 노조 및 노동관계 조정법 제29조 1항에 반한다’고 판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현대중공업뿐만 아니라 다른 대기업 노조도 이런 식으로 회사 측과 어렵게 마련한 합의안을 두고 법적 효력도 없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치게 함으로써 회사에 엄청난 비용부담을 전가하고 노조 내부 계파 간 갈등도 부추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대기업 노조는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총회 때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루 유급 휴무를 시행하는 등 ‘갑 중의 갑’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 대표는 “노조위원장이 자신에게 주어진 법적 권한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회사 측과 단체협약을 마련한다면 노사협상이 장기화될 이유도 없고 노노갈등이 악순환처럼 되풀이될 가능성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사 측도 이런 노조위원장에게 전적인 신뢰를 갖고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