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혁신으로 새 도약] 동화그룹, 직원 행복지수 조사…원가개선 아이디어 파격 보상
동화그룹은 지난해 12월30일 승명호 회장 직속으로 ‘GWP(Great Work Place)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팀장급 5명으로 구성한 이 팀은 더 좋은 기업문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도록 ‘특명’을 받았다. 회장 직속으로 조직을 만든 것은 승 회장이 기업문화를 직접 챙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2013년 적자에서 작년 600억원 선의 흑자 반전에 성공한 동화는 기업문화 혁신 가속화를 통해 또 다른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직원 행복이 성장의 지름길

동화그룹이 기업문화에 관심을 가진 것은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동화그룹은 2000년대 중반부터 글로벌인사 관련 전문 업체와 함께 ‘동화행복지수’를 만들어 직원 만족도를 꾸준히 조사하고 있다. 당시만 해도 이 조사를 하는 중견기업은 동화그룹이 유일했을 정도로 업계에서는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GWP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동화그룹 인재개발실은 이후 매년 하반기마다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행복 지수를 측정하고 있다. 설문, 면접 조사를 통해 나온 결과는 업무 평가와 내년 계획 수립 자료로 활용한다. 측정된 행복 지수는 전 직원들과 공유해 현재 직원들이 회사를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알 수 있도록 했다.

기업문화에 대한 높은 관심은 승 회장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승 회장은 “직원 모두가 일터에서 행복을 느낄 때 기업은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직원 행복을 동화그룹의 최우선 가치로 두게 된 배경이다. 승 회장은 이런 기업문화 혁신에 가속도를 붙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전략이라고 판단하고 태스크포스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동화 관계자는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는 어떤 훌륭한 전략도 장기적으로 통용되기 어렵다”며 “전략보다 중요한 것이 행복한 직장에 다니면서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내 회사가 올바른 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기여하는 인재라는 게 경영진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직원을 행복하게 해 주면 그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회사를 더욱 살찌게 하는 이른바 ‘선순환’이 이뤄진다는 얘기다.
동화컬처빌리지: 동화그룹은 경기 남양주시에 신개념 연수원인 동화 컬처 빌리지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여름엔 직원들의 하계 휴양지로 활용할 정도로 자연친화적으로 설계됐다.
동화컬처빌리지: 동화그룹은 경기 남양주시에 신개념 연수원인 동화 컬처 빌리지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여름엔 직원들의 하계 휴양지로 활용할 정도로 자연친화적으로 설계됐다.
아이디어에 큰 보상

선순환은 이미 작지만 성과를 올리고 있다. 지난해 동화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동화기업은 원가개선 아이디어에 대해 파격적인 보상금을 내걸었다. 과거 형식적으로 존재했던 제안제도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 원가를 개선하면 개선된 금액의 10%를 상금으로 주기로 한 것이다. 한도는 1억원으로 정했다. 성과급 제도도 있고, 직원들 간 임금 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지면 오히려 기업문화에 악영향을 줄 것이란 판단에서다.

올해 바뀐 제도에 따라 성과급 외에 별도 상금을 받는 직원이 40여명 나올 예정이다. 10명이 팀을 이뤄 낸 아이디어 하나는 원가 개선에 큰 기여를 해 상금 1억원을 받게 된다. 1인당 1000만원씩 돌아가는 셈이다. 김홍진 동화기업 사장은 “직원들이 원가 개선 아이디어를 내는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며 “현장뿐 아니라 사무직들도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스마트 액트’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룹 원에서는 대규모 행사인 ‘열린 광장(Open Agora)’이 두 달에 한 번 열린다. 기술직과 사무직이 모여 사내 이슈와 정보를 공유하는 행사다. 우수한 성과를 낸 구성원이나 부서의 성공사례를 소개하고 이에 대한 칭찬 릴레이도 한다. 매년 ‘야외 열린 광장’이란 행사도 개최된다. 전체 임직원이 고급 숙박시설에서 이틀간 같이 지내며 동료애를 다지자는 취지다. 이 행사에서는 뮤직비디오 만들기, 회장과 함께하는 토크쇼, 가수와 함께하는 맥주파티 등의 이벤트가 열린다.
여의도 그린라운지: 동화그룹은 여의도 사옥 2층에 직원들이 커피를 마시고, 책을 보고, 회의를 할 수 있는 그린 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다.
여의도 그린라운지: 동화그룹은 여의도 사옥 2층에 직원들이 커피를 마시고, 책을 보고, 회의를 할 수 있는 그린 라운지를 운영하고 있다.
휴양지 같은 연수원

동화그룹 여의도 사옥 2층에는 북카페와 비슷한 라운지가 있다. ‘그린 라운지’다. 커피 메이커와 티테이블이 있고 컴퓨터도 설치됐다. 최신 경영서적과 인문학 서적을 구비한 서가도 있다. 행복지수 진단 과정에서 휴식 공간이 부족하다는 직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 공간을 만들었다. 공짜로 커피를 마시고 직원들은 마음껏 책도 빌려볼 수 있다.

그동안 임대수익을 올려주던 음식점들을 다 내보내고 직원들을 위한 공간으로 바꾼 것. 책은 직원들로부터 읽고 싶은 책을 추천받아 구입한다. 동화그룹 관계자는 “인근 커피숍에 가거나 거래처 접견 등을 위해 회의실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북한강변에 있는 연수원은 ‘동화 컬처 빌리지’라는 이름을 붙였다. 딱딱한 분위기의 다른 기업 연수원과는 다르다. 휴양지 비슷하게 꾸며 놓았다. 임직원을 위한 하계 휴양지로도 활용하고 있다. 동화그룹 관계자는 “연수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편안하고 쾌적한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동화그룹은 2000년 대성목재를 인수한 뒤 직원들이 행복하게 근무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공장 안에 휴게실인 ‘나무공간’, 헬스클럽과 샤워시설을 겸비한 ‘세심천’을 만들기도 했다. 공간과 업무스타일, 성과보상, 행사 등 모든 것의 중심에는 직원의 행복이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