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인트] 진공단열패널이 주목받는 이유
지난주 경기 의정부시에 있는 10층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많은 인명과 재산상 피해가 발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건축학계에서는 반복되는 인재(人災)를 시스템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일고 있다.

최근 화재가 난 대형건물에는 불에 잘 타는 집기류와 건축자재들이 사용돼 화재 초기에 신속히 진압할 수 없었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인명 피해는 직접적인 화염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일산화탄소, 시안화수소 등 유독가스로 인해 발생하는 측면이 크다.

건축적인 관점에서 이번 화재 사고의 원인은 건축법규상의 화재규정 미비와 규제 완화, 구체적인 건축공법과 단열재 등이 언급되고 있다. 화재의 피해를 키우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드라이비트(dryvit) 공법은 외벽에 단열재를 붙이고 그 위에 외장 마감재를 발라 마감하는 대표적인 외단열 공법인데, 문제는 비용 절감과 시공의 편리함 등을 이유로 인화성이 강한 발포 폴리스티렌(스티로폼) 등을 적용한다는 점이다. 1960년대 말 개발된 이 공법은 파손, 누수와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여러 번 보고됐다. 소방당국이 밝힌 대로 수직 방향의 화재 확산 시 내부 단열재가 빠르게 화염을 전달하고 유독 가스를 발생시켜 인명 피해를 늘리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외단열 외장마감 공법의 장점을 살리고 화재 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기존 공법을 개선해 방화 성능을 높여야 한다. 제반 기준을 단기간에 강화하는 것은 쉽지 않으므로 건축물의 용도와 건축산업 현황을 고려하며 체계적으로 건물의 재해 관련 규정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난연성능이 우수한 단열재를 개발하고 건축 구성재를 통한 화염의 확산을 억제하는 방법도 제시돼야 한다. 이를 통해 건물의 방재 및 에너지 성능도 더 향상시킬 수 있다.

대형화와 첨단기술이 접목될 미래의 건축산업에서 에너지, 환경 문제와 함께 방재, 안전 이슈가 부각될 것이다. 따라서 고효율 단열재와 이를 적용한 다양한 건축공법은 매우 중요한 기술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이 국제표준을 주도하는 건축용 진공단열패널과 같은 첨단 고효율 단열재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미 한국에서 상용화된 우수 건축자재를 도외시해 참담한 화재 피해를 반복하는 실수를 멈춰야 할 때다.

김준태 < 공주대 건축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