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로 변한 수도권 규제] 수도권 기업 이전만 믿고 '묻지마 조성'…텅 빈 지방産團 '애물단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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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률 50% 미만 38곳
"이전 땐 기술자들 이탈"
분양받은 기업도 포기
"이전 땐 기술자들 이탈"
분양받은 기업도 포기

○엇갈린 공단 분양률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2009년부터 분양한 이곳의 분양률은 21%. 지난해 6개 업체가 부지를 새로 분양받았지만 기존 18개 업체가 입주를 포기하는 바람에 분양률은 전년보다 더 낮아졌다. 지금까지 준공된 공장은 고작 3곳. 원효재 LH 대전충남지역본부 차장은 “인천 남동공단, 시흥 시화공단에 전단을 돌리고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기계박람회까지 쫓아가 홍보를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괴물로 변한 수도권 규제] 수도권 기업 이전만 믿고 '묻지마 조성'…텅 빈 지방産團 '애물단지'로](https://img.hankyung.com/photo/201501/AA.9497744.1.jpg)
○수도권 규제가 야기한 또 다른 거품
이처럼 상반된 모습은 사전에 기업들의 투자 수요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채 산업단지부터 짓고 보자는 지방자치단체가 많기 때문이다. 수도권 규제가 밀어내는 서울·경기 소재 기업들을 받으면 산업단지를 가동할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심리도 지방산단 팽창의 한 요인이다.
지난해 3분기 집계 결과 기반시설 공사가 완료된 후에도 분양률이 50%를 밑도는 지방 산업단지는 38곳에 달했다. 충북 단양산업단지는 2010년 공사를 완료했지만 지금까지 분양률이 24%에 불과하다. 조업을 하는 업체는 5개에 머물고 있다. 이마저 수도권 이주업체가 아닌 기업이 대부분이다. 농촌지역에 조성된 농공단지 중엔 분양률이 0%인 곳도 있다.
지방산단에 ‘거품’이 끼기 시작한 것은 2008년부터다. 정부가 지자체의 자율권을 확대한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특례법’을 도입하면서 지방산단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강원과 경북은 2008년 이후 산업단지 면적이 각각 56.7%, 34.7% 늘었다. 경남에서는 같은 기간 68개의 중·소규모 산단이 지정되면서 산단 수가 111개에서 179개로 61% 폭증했다.
이 과정에서 공장용지 땅값도 많이 떨어졌지만 공단을 찾는 기업들의 발길은 뜸하기만 하다. 산업용 부동산 중개를 전문으로 하는 김관 ERA코리아 부사장은 “지방의 농공단지는 3.3㎡당 30만~40만원으로 시화공단의 10분의 1밖에 안돼도 거들떠보는 업체가 없다”며 “수도권 규제 때문에 기업이 지방으로 내려올 것이라는 발상은 완벽한 착각”이라고 말했다.
○지방이전 포기하는 이유
이 같은 말을 뒷받침하는 사례는 많다. 경기 시화산업단지의 건설 중장비 생산업체인 D사. 매출이 늘어나면서 공장이 비좁아지자 3년 전 충남 당진의 공장 용지를 분양받았다. 기존 공장을 팔고 이전하면 공장 면적을 두 배로 늘리고 설비를 새로 구입해도 자금이 남는다는 계산이 나왔다. 하지만 이전은 성사되지 않았다. 기술자와 숙련노동자 상당수가 회사를 떠나려는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외국인 및 비숙련 근로자들로는 공장을 제대로 가동할 수 없다. 회사 관계자는 “공장을 이전한다는 것은 10년 이상 기존 지역에 뿌리내린 사람들의 삶의 근거지를 옮기는 것”이라며 “임금을 올려준다고 해도 따라나서는 기술자들이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D사는 계약금을 포기하고 이전 계획을 접었다.
당진·시흥=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