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찬 한스바이오메드 대표가 서울 성수동 본사에서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황호찬 한스바이오메드 대표가 서울 성수동 본사에서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도로교통법이 생기고 나서 자동차가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과학이 법보다 빠를 수밖에 없지요.”

황호찬 한스바이오메드 대표(57)는 2002년 국내 처음으로 개발한 피부이식재를 들고 정부 관계 당국을 찾아가 이렇게 설득했다. 정부는 ‘불법은 아니지만 합법도 아니다’는 이유로 제품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당시 화상 환자 피부에 이식하는 피부이식재는 전량 수입하고 있었다. 국내에는 피부이식재와 같은 인체조직 관련 법조차 없었다. 황 대표는 할 수 없이 이듬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허가를 신청했다. 그 결과 국내는 물론 아시아 최초로 인체조직이식재의 FDA 허가를 받았다.

○“남들이 안 하는 사업하겠다”

황 대표는 국내 인체조직산업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스바이오메드는 피부이식재는 물론 치과 임플란트나 인공 관절 등 수술에 필요한 뼈이식재, 인공 유방보형물 등 인체조직을 아시아에서 처음 상용화했다. 하지만 최초라는 이유로 국내에서는 허가를 받기가 쉽지 않았다.

황 대표는 좌절하지 않고 해외 시장을 먼저 공략했다. 그는 “법이 없다는 이유로 국내에서 제품을 팔 수 없었던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가 됐다”며 “이후 국내에서도 관련 법이 생겨 피부이식재를 판매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미쓰이물산 등에서 12년간 ‘월급쟁이’로 일했던 황 대표는 1993년 ‘내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회사를 차렸다. 황 대표가 찾은 사업 아이템은 피부이식재와 의료용 거머리였다. 황 대표는 “말주변이 없고 소심해 주변에서 사업하는 것을 말리기도 했다”며 “남들이 취급하지 않는 제품을 수입해 팔면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사업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황 대표의 예상대로 회사는 금세 돈을 벌었다. 직장생활을 할 때 400만원 정도 월급을 받았던 그는 사업을 시작하고 3개월 만에 1000만원 매출을 올렸다. 6년여가 지나자 피부이식재를 직접 개발해보고 싶었다. 황 대표는 “대학원에서 바이오엔지니어링을 전공했기 때문에 의료기기에 대한 지식이 있었다”며 “국내에서 아무도 개발하지 않은 제품이었기 때문에 승산이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직원 자부심 위해 상장"

황호찬 한스바이오메드 대표 "국내 허가 못받은 피부이식재, 美서 인증받아 시장 개척"
1999년 법인을 설립하고 강계원 당시 KAIST 교수(현 한스조직공학연구소장)에게 피부이식재 개발 연구를 의뢰했다. 서울 성수동 본사 건물에 연구소도 차렸다. 하지만 연구를 시작하면서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았다. 1년 반 사이 37억원의 빚을 졌다.

황 대표는 “얼굴이 까매질 정도로 몸이 나빠졌다”며 “투자를 멈추면 기존 투자가 물거품이 되기 때문에 포기할 수도 없었다”고 당시 어려웠던 상황을 설명했다.

2005년 일본에서 판매가 시작되면서 숨통이 트였다. 2006년 뼈이식재까지 내놓아 매출이 쑥쑥 늘어났다. 황 대표는 “2007년 빚을 다 갚은 뒤 돈이 쌓이기 시작했다”며 “이후 적자를 내지 않고 무차입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2009년 회사 상장(IPO)을 준비할 때도 자금 조달이 목표가 아니었다. 직원들에게 ‘상장기업에 다닌다’는 자부심을 주고 회사 이미지 관리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상장했다는 게 황 대표의 얘기다.

○한국 최초 인공 유방 개발

한스바이오메드의 주력 제품 중 하나인 인공 유방보형물도 국내에서 처음 개발한 것이다. 한스바이오메드는 이 제품으로 2008년 아시아 최초로 유럽인증(CE)을 받았다. 브라질 등 남미 지역에도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도 허가가 나지 않고 있다. 황 대표는 “유럽에서는 같은 재료로 만든 제품이면 임상이 면제된다”며 “전임상부터 임상까지 진행하고 10년이 넘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도 허가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황 대표는 올해 국내에서 인공 유방보형물, 중국에서는 뼈이식재 판매 허가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대비 20% 이상 매출이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20년은 한스바이오메드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황 대표는 “약물담지기술(복용 후 약물이 서서히 몸에서 전달되게 하는 기술) 등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며 “줄기세포를 활용한 피부재생 치료제 등을 차세대 먹거리로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미현/김형호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