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한성호 기자 sung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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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점유율 15분기 만에 반등…소규모 맥주점 공략 성과
1933년 조선맥주 주식회사로 출발한 하이트맥주가 2005년 소주 생산업체인 진로를 인수한 뒤 하이트진로 그룹을 이루면서 국내 대표 주류 기업으로 성장했다. 2011년 4월에는 영업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진로가 하이트맥주를 흡수 합병해 하이트진로 통합 회사가 출범했다. 맥주(하이트, 맥스, D 등), 소주(참이슬, 참이슬후레쉬, 즐겨찾기 등), 매화수, 복분자주 등이 주요 브랜드다. 매출 구성은 2013년 연결 기준 맥주 46%, 소주 48%, 생수 및 기타 6%다. 영업이익은 소주 67%, 맥주 30%로 소주가 매출에 비해 이익 비중이 높다.

○맥주시장 점유율 반등

하이트진로의 맥주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 구제품 재고 조정 등으로 35%까지 하락했다가 작년 2분기와 3분기에는 37~38%의 수준을 유지했다. 4분기엔 전분기 대비 반등세를 보이며 전년과 비슷한 수준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4분기에 분기별 내수 맥주 매출이 전년 대비 증가했다면 이는 15분기 만에 처음이다. 2006년 59%의 최고 점유율을 기록한 이래로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를 보였던 점유율이 반등한 이유는 무엇보다 포장뿐 아니라 맛에도 의미 있는 변화를 준 뉴하이트 출시에서 찾을 수 있다.

오비맥주의 산화취 사건으로 인한 반사이익도 컸다. 오비맥주는 카스 단일 브랜드의 의존도가 커 카스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 하이트 맥주의 점유율 상승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내수 맥주 매출이 7888억원이고 연평균 점유율을 40%라고 가정하면 맥주 점유율 1%포인트 상승은 영업이익을 약 112억원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15년 예상 영업이익 1540억원의 7.3%에 해당한다.

○작은 맥줏집 공략

지난해부터 작은 맥줏집이 음주 문화의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작은 맥줏집은 20평 이하의 독특한 인테리어를 갖춘 소규모 매장에서 간단한 안주와 주류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비하는 곳을 말한다. 감자튀김 등 단순한 메뉴 구성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가격 덕분에 불황에도 소비자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하이트진로 입장에서는 안주라는 보완재의 가격이 하락해 맥주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반가운 흐름이다.

작은 맥주 전문점은 3000원 이하의 저렴한 가격에 생맥주를 판매하는데 오비맥주와 직접 계약해 운영하는 ‘카스랑’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우 하이트진로의 ‘맥스’를 판매하고 있다. 크림생맥주라는 개념으로 맥스가 생맥주에 적합한 브랜드라는 것을 인식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인구 고령화와 여성의 음주 인구 증가로 소주의 저도주 강세도 지속되고 있다. 이는 소주 판매량 증가의 동인이 되고 있다. 2012년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 모두 19도였던 참이슬 후레쉬와 처음처럼의 도수를 지난해 2월 각각 18.5도, 18도로 낮췄다. 이로 인해 지난해 3분기 전년 대비 소주 매출 증가율은 롯데칠성이 15%로, 5% 역성장한 하이트진로 대비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작년 11월 참이슬의 도수를 17.8도로 낮추며 저도주 추세에 적극 대응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지난해 내수 소주 매출이 9933억원이고 연평균 점유율을 48%라고 가정하면 소주 점유율 1%포인트 상승은 영업이익을 약 119억원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올해 예상 영업이익 1540억원의 7.7%에 해당한다.

○수입 맥주 유통 강화

맥주, 소주 그리고 연간 약 700억원의 생수 매출 외에 하이트진로는 위스키(더 클래스), 와인, 외국산 맥주 등의 기타 매출을 인식하고 있다. 특히 외국산 맥주 유통의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기타 매출은 2013년 380억원에서 2014년 640억원으로 전년 대비 67% 증가하면서 연결 매출의 3.3%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중이 높지는 않지만 고성장하고 있어 지금 같은 속도로 성장한다면 올해도 연결 매출의 2%포인트 성장에 기여할 전망이다.

하이트진로는 2012년 일본의 기린 이치방을 수입한 데 이어 2013년 하반기부터 태국의 싱하 맥주를 수입하고 있다. 프랑스 크로넨버그 1664와 독일 쇼퍼호퍼, 쾨닉필스너 등을 수입해 유통하고 있다. 국내 1위 맥주 제조사라는 타이틀을 잃은 것이 오히려 다양한 전략을 펼칠 수 있는 배경이 됐다. 외국산 맥주 유통의 장점은 수익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이네켄코리아의 영업이익률은 2013년 기준으로 29%였다. 오비맥주의 영업이익률이 과거 하이트맥주 대비 높은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도 외국산 맥주 유통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맥주 설비 가동률이 낮은 하이트진로는 가동률을 높일 수 있는 라이선스 생산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

올해는 주류 시장에서 예년보다 치열한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맥주 사업 진출 이후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해온 롯데칠성의 맥주 설비가 올해 초 2배로 증가했다. 소규모 양조장 맥주 비중 상승 가능성과 내부적으로 기업 재무구조 변화로 인한 배당수익률 하락 가능성도 있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 ilwoo.yang@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