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보 하이트진로 부사장 "뉴 하이트 앞세워 올해 매출 2조원대 회복하겠다"
심원보 하이트진로 부사장(사진)은 하이트진로그룹의 대표적인 재무통이다. 30년간 하이트진로그룹에 몸담고 있는 동안 대부분을 경리부와 재경팀장, 재무담당 임원으로 일했다. 지난해 말 최고재무담당임원(CFO)으로 승진해 회사 안살림을 책임지고 있다.

서울 청담동 하이트진로 사옥에서 만난 심 부사장은 “지난해엔 저조했지만 올해 턴어라운드할 것이며 내년에 점유율이 대폭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매출 2조원대를 회복할 것이며 중장기적으론 영업이익률을 10% 이상으로 높일 것”이라고 했다.

▷지난 한 해는 어땠습니까.

“어려운 한 해였조. 경기침체에다 세월호 사고로 주류업계 전체가 힘든 한 해를 보냈습니다. 하이트진로도 지난해 4월 뉴 하이트를 출시한 지 얼마 안 돼 세월호 사고가 발생했어요. 고통을 나눈다는 차원에서 6월 말까지 모든 마케팅 활동을 중단했습니다. 하반기는 상반기보다 상대적으로 괜찮았습니다. 사실상 새로운 제품이라 할 수 있는 뉴 하이트가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시작했죠.”

▷작년 하반기엔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됐나요.

“공식화할 수 있는 출고자료가 없어 정확히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상반기 대비 하반기엔 뉴 하이트를 중심으로 판매와 점유율이 상승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경쟁사의 품질 논란으로 인한 상승 효과를 부인할 수는 없겠지만 이보다는 본질적으로 소비자 평가가 좋아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시장 점유율의 상승지표는 5월 이후부터 나타났습니다. 뉴 하이트를 들여 놓는 음식점들이 늘고 있다는 것도 긍정적 신호예요. 국내 최초 100% 보리맥주인 맥스가 지난해 3분기까지 생맥주 시장에서 30% 가까이 성장했습니다.”

▷롯데맥주의 생산설비 확충 등으로 올해 맥주시장 경쟁이 더 치열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롯데가 지난해 맥주시장에 진입한 것은 하이트진로로선 기회입니다. 후발주자는 항상 선두주자를 타깃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신제품이 나오면 1위 제품의 점유율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죠. 소비자들을 얼마나 어떻게 이동시키느냐는 것은 하이트진로의 과제입니다. 새해가 얼마 지나지는 않았지만 분위기는 우호적입니다. 일부 지역의 성장 속도가 목표를 웃돌고 있습니다. 또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경쟁회사 제품 얘기가 회사 게시판에 많이 올라왔지만 요즘엔 저희 회사 제품 얘기가 많이 게재됩니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죠.”

▷하이트와 진로 통합으로 창출될 시너지는 어떤 것입니까.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영업조직을 통합해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2차 거래처 담당 조직을 확대했습니다. 이전보다 치밀한 고객 관리가 가능해졌습니다. 소주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영호남 지역에서 성장의 결실을 보고 있죠. 물류와 시스템을 통합함으로써 비용 효율화를 이루고 있으며 이는 올해 턴어라운드할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저는 CFO로서 올해 키워드를 ‘최적화’로 정했습니다. 세부적인 대목까지 효율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본격적인 시너지를 낼 것입니다.”

▷소주 시장에서의 전략은 무엇입니까.

“국내 1위를 확고히 다지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게 목표입니다. 대표 브랜드인 참이슬과 참이슬클래식, 진로골드 등을 강화하고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또 일품진로와 같은 프리미엄급 증류주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할 것입니다. ”

▷소주 시장에선 저도주 경쟁이 이어질까요.

“당분간 소주 도수가 더 내려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소주다움을 유지하기 위해선 알코올도수 17도를 마지노선으로 보는 게 업계의 공통적 시각입니다. 주요 업체는 17도대를 주력으로 더 낮은 16도대, 상대적으로 높은 20도 이상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추세는 저도화보다 알코올도수 다양화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지난해 하반기 실적과 추이 등을 감안하면 2015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뚜렷하게 개선될 것입니다. 매출은 2조원대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영업이익률은 최근 10%대를 밑돌았지만 앞으론 10%를 웃돌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맥주산업은 장치산업입니다. 선투자가 일어나는 산업이죠. 그렇기 때문에 영업이익률이 10%는 돼야 사업을 지속할 수 있고 글로벌기업들의 영업이익률도 10%를 웃돌고 있습니다.”

▷재무상태는 어떻습니까.

“재무구조상 큰 위험은 없습니다. 하지만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대비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올 하반기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국내 시장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감안해 추가적인 금융비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자금을 운용할 계획입니다.”

▷최근 주가 흐름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저평가돼 있다고 봅니다. 지난해 오비맥주가 6조원이 넘는 금액에 매각된 것과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감안하면 특히 그렇습니다. 소주시장 1위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보더라도 맥주부문이 과소평가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저는 시장은 항상 옳다고 생각합니다. 기업가치를 높이려면 기본에 충실해야 합니다. 매출과 이익 성장을 탄탄히 가져가고 기업 상황을 올바로 커뮤니케이션한다면 시가총액이 올바른 평가를 받을 것입니다.”

글=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
사진=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