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튼 누르자 좌석 1300석 이동…행사 치를 땐 경기장 넓게 활용
지하 2층엔 보조경기장 마련…주민 생활체육공간으로 활용
지하철과 바로 잇는 통로도…25일까지 다양한 행사 펼쳐져
재개장을 이틀 앞둔 15일 미리 둘러본 장충체육관은 청소 및 마무리 작업으로 분주했다. 체육관 안에선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연세대 농구부 선수 10여명이 연습 경기를 하고 있었다. 채광창이 없어 어두침침했던 공사 전과 달리 리모델링을 통해 태극무늬의 긴 채광창이 생겨 실내가 훨씬 밝아진 느낌을 줬다.
서울시설공단 직원이 버튼을 누르자 체육관 북·동·서쪽에 마련된 서랍식 가변 좌석 1300여석이 조용히 포개지며 벽 쪽으로 움직였다. 정국진 서울시설공단 체육시설운영처장은 “리모델링 전에는 경기장 바닥의 좌우 폭이 36m에 불과해 핸드볼 경기를 치를 수 없었다”며 “핸드볼과 뮤지컬, 콘서트 등 대규모 행사가 열리면 좌석을 벽 쪽으로 이동시켜 경기장 길이를 46m까지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326억원을 들여 리모델링한 장충체육관은 지하 1층~지상 3층(연면적 8385㎡)에서 지하 2층~지상 3층(연면적 1만1429㎡)으로 규모가 커졌다. 지하 2층엔 564㎡ 규모의 보조경기장이 새로 갖춰졌다. 과거엔 보조경기장이 없어 선수들이 체육관 밖에서 몸을 풀고 경기에 나서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서울시는 경기가 없는 날엔 보조경기장을 시민에게 개방할 예정이다. 실내 암벽 등반장도 설치해 인근 주민들의 생활체육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보다 편안하게 경기·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팔걸이가 있는 의자로 모두 교체됐고, 의자의 폭도 46㎝에서 51㎝로 늘렸다. 이 때문에 좌석 수는 4658석에서 4507석으로 다소 줄었다.
코트 좌우와 전면에 마련된 좌석(1324석)은 경기와 행사 규모에 따라 벽 쪽으로 이동시킬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 체육관 천장에는 뮤지컬 조명과 무대 장치 등을 매달 수 있는 철제구조물 14개를 설치해 대규모 공연을 가능케 했다.
서울시는 지하철로 체육관을 찾는 시민들의 편의를 이해 3호선 동대입구역과 장충체육관을 바로 잇는 지하 통로도 마련했다. 기존에 이용되던 5번 출구엔 노약자를 위한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됐다.
1963년 2월 개장한 장충체육관은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순간과 함께했다. 1960년대 ‘박치기 왕’ 김일 선수가 호쾌한 프로레슬링 경기를 펼친 무대도, 김기수 선수가 1966년 한국 최초의 세계 권투 챔피언 자리에 오른 곳도 장충체육관이었다.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들이 단독 후보를 대통령으로 추대하던 ‘체육관 선거’도 장충체육관에서 치러졌다.
17일 열리는 재개장식엔 세계 챔피언을 지낸 홍수환, 박종팔 씨와 프로레슬링 선수로 활동했던 이왕표 씨 등 장충체육관을 빛냈던 왕년의 스포츠 스타 100명이 참석한다. 개장 주간에는 배구 올스타전 여자부 경기(25일)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