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https://img.hankyung.com/photo/201501/AA.9504412.1.jpg)
사흘 정도 금식하면 도움
위·식도 역류 현상 땐
술 마시지 말아야
연초 모임 불가피할 경우
가급적 담백한 음식으로
‘송년회도 지났는데 요즘 왜 이렇게 속이 쓰리지….’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쓰린 속을 어루만지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연말연시를 잘 마무리해 마음을 놓은 1월에야 건강에 적신호가 나타난 것이다. 연말연시 후유증이다.
직격탄을 맞는 장기는 식도·위·췌장 등 소화기계. 먹고 마신 음식과 술을 소화하고 배출하느라 장기에 탈이 났는데, 신호가 뒤늦게 온 것이다.
급성 췌장염은 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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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씨는 급기야 병원을 찾았다. 강씨가 담당의사에게 들은 진단명은 급성 췌장염. 과음·과식에 스트레스가 겹친 것이다.
1월에는 강씨처럼 급성 췌장염을 앓는 사람이 많다. 대부분 40대 이상 남성 직장인이다. 까닭 모를 복통이 특징이다.
통증은 누우면 더 심해지는 반면 앉아서 몸을 앞으로 굽히고 무릎을 배쪽으로 당기면 잦아든다. 가장 중요한 치료는 염증이 스스로 가라앉을 때까지 췌장이 쉴 수 있도록 ‘절대 금식(禁食)’하는 것. 통상 금식하는 동안 영양은 링거수액으로 정맥을 통해 공급받는다.
췌장은 20가지 이상의 소화효소를 분비하는 장기다. 음식물을 섭취하는 동안에는 소화효소 분비를 위해 활동을 계속한다. 금식 기간은 통상 사흘에서 1주일 정도다. 열 명 중 한 명은 이 방법으로도 좋아지지 않고 물혹·농양 등의 합병증이 생겨 장기간 치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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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과음·과식을 꽤 했다면 간이나 위·장 등을 쉬게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연초에 다시 모임이 잦고 음주가 이어진다면 십중팔구 소화기 계통에 문제가 생긴다.
위·식도 역류가 대표적인 질환이다. 정윤숙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연말 송년회 후유증으로 중년층은 위장과 식도 사이를 조여주는 괄약근의 힘이 느슨해진다”며 “스트레스가 겹치면서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위장의 음식물이 식도로 거꾸로 올라오는 위식도 역류 현상이 많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정상 상태에선 음식이 위로 들어올 때 괄약근이 열렸다가 음식이 지나가는 순간 곧바로 닫힌다. 역류 현상은 위장에 음식물이 가득 찼을 때 더욱 심해진다. 증상은 속쓰림과 명치 끝 통증, 신트림, 가슴 안이 타는 듯한 느낌, 목이 쉬는 증상 등이다. 1월 들어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내시경이나 식도 내압검사로 확진을 받는 것이 좋다. 진단이 내려지면 술을 멀리하면서 4~8주간 약물을 복용한다.
연말연시 과음 후유증
연말 과음으로 중년 남성들이 가장 고생하는 질환이 급성 위염이다. 속쓰림·더부룩함·소화불량 등 속이 불편한 증상이 나타나는데, 1월 들어 증상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한번쯤 금식을 해볼 필요가 있다.
정 교수는 “속이 쓰리고 더부룩하면서 소화가 안 된다면 사흘 정도 금주하면서 상태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며 “연하고 부드러운 음식을 섭취하면서 증상을 호전시키는 대증치료를 하면 1주일 이내에 좋아지지만 다시 과음을 하면 이전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고 조언했다.
기존에 위궤양, 과민성 대장질환이 있는 환자는 음주 후 상태가 더 악화된다. 전문의들이 연중 1월에 술자리를 갖는 것을 가장 좋지 않게 보는 이유다. 연말 송년을 거치면서 몸은 피로해 있는데, 쉬지 않고 소화기를 남용하니까 몸 상태가 좋을 리 없다는 것이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연초에 각종 모임이 잡혀 있다면 되도록 담백한 음식을 먹는 것이 좋고, 음주도 적당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술자리에선 자신의 건강 상태를 주변에 적극 알리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도움말=정윤숙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