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래동의 변신] "쇠 냄새 좋아 문래동 정착…기업인 진솔함 반했어요"
“쇠 냄새가 좋아 문래동에 왔어요. 기업인들의 진솔한 마음과 아날로그적인 풍경도 마음에 들었고요.”

서울 문래동 사거리 도로변 작은 빌딩 3층. 낡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철망 등 쇠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놓여 있었다. 이곳은 설치미술가인 유지연 보물찾기 대표(사진)의 작업실이다. 이화여대 서양화과와 한국교원대 대학원을 나온 그는 화가 교사 큐레이터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쳤고 관훈미술관과 인사아트센터 등 수십 곳에서 개인전이나 단체전을 열기도 한 중견 예술가다.

그는 2013년 문래동에 정착했다. “낡은 공장과 좁은 골목은 아날로그의 상징이며 만나는 사람마다 식사하셨느냐고 묻는 정겨운 동네여서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2년밖에 안 됐지만 쇠를 다루는 30여명의 ‘거친’ 기업인들과 친하게 지낸다. 스스럼없이 인사를 나누고 식사를 함께할 정도다. 금속가공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용접 작업도 배울 생각이다.

유 대표는 요즘 철망으로 만드는 연꽃 작업에 심취해 있다. 그는 “철망은 차가운 듯 보이지만 그 안에 등불을 켜면 더 이상 온화할 수 없다”며 “때가 되면 향기롭고 황홀하게 피어나는 연꽃을 모티브로 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쇠를 다루는 분들도 비슷하다고 유 대표는 생각한다. 그는 “한번 대화를 나누고 나면 기업인들이 예술작업을 도와주신다”고 설명했다. 작업에 필요한 철사나 쇳조각을 무료로 주기도 하고 쇠와 쇠를 이을 땐 어떤 방법을 쓰면 효과적이라는 조언도 곁들인다.

이 지역 기업인과 환경 개선 프로젝트를 벌이기도 했던 유 대표는 “기업인과 좀 더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낙훈 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