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견업체인 KMW가 기술을 융합해 개발한 ‘융합 안전모’가 마침내 다음달부터 시판된다는 소식이다. 참으로 기구한 과정이었다. 인증을 받는 데만 1년9개월이 걸렸다. 그것도 산업통상자원부가 산업융합촉진법을 처음으로 적용해 이른바 적합성 인증(패스트트랙) 과정을 통해 새 안전기준을 만들었기에 가능했다.

이 신제품은 기존 안전모에 무선통신, 센서, 조명 등을 장착했다. KMW는 2013년 1월부터 무선통신 형식과 배터리 안전 인증은 거뜬히 통과했지만, 안전 규정이 문제였다. 센서 등을 달려면 안전모에 구멍을 낼 수밖에 없는데, 기존 규정은 재래식 안전모를 대상으로 하는 탓에 구멍이 없어야 하고, 무게도 440g 미만이어야 한다는 기준을 정해놓고 있었다. KMW는 산업부에 이런 사정을 호소했다. 산업부는 산업융합촉진법에 따라 전문가협의회를 구성해 별도의 안전기준을 만들었고, 안전보건공단에서 이 기준에 따라 안전성을 검증해 지난해 9월 비로소 인증을 내줬다. 혁신 제품을 개발해도 이렇게 긴 시간과 시대착오적인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게 우리 현실이다.

이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지난 15일자 한경에 소개된 한스바이오메드는 2002년 피부이식재를 개발했지만 국내에선 아예 허가가 나오지 않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 가 허가를 받아야 했다. 이후 국내에서 관련법이 생겼다. 그렇지만 이 회사가 국내에서 처음 개발한 인공 유방보형물은 유럽인증까지 받았는데도 국내에선 여태 허가를 못 받고 있다.

해외에선 되는 것이 국내에선 안 된다. 물론 산업이 정부보다 빠르다. 그러나 처음 보는 것이기 때문에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는 시스템은 말이 안 된다. 융·복합 시대에 뒤처질 게 뻔하다. 융합 안전모는 운좋게 선별적인 수혜를 봤지만 낙후된 제도에 막혀 사장된 신제품, 신기술이 수도 없을 것이다. 누가 혁신기업, 창조기업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