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아이에게 스마트폰 쥐여주기보다 아빠의 품을 먼저 내주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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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기자의 디지털라테 <19>
카페나 음식점에 가보면 부모와 함께 온 두세 살쯤 돼 보이는 어린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뽀로로나 로보카 폴리와 같은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혹 고사리 같은 손으로 게임을 하는 아이들도 있다.
아이폰이 한국 시장에 처음 발매된 2009년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은 2%대에 불과했다. 지난해 보급률은 84.1%다. 5년 만에 국민 5명 가운데 4명이 스마트폰을 쓰게 된 것이다. 2009년 이후 태어난 아이들은 인류 최초로 등장한 ‘스마트 네이티브(smart native)’다.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과 만난, 훗날 누구보다도 스마트폰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존재란 의미다.
하지만 영유아 시절 접한 스마트폰이 성장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우려도 함께 생겨났다. 아직까지 누구도 해보지 못한 고민이다.
◆2.27세면 스마트폰 노출
2013년 11월 육아정책연구소가 발표한 0~5세 영유아 스마트폰 노출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26.4%가 3세에, 23.6%가 1세에 처음 스마트폰을 사용했다. 평균 2.27세에 이미 스마트폰에 노출되는 것이다. 0~2세 영아만 봤을 때는 절반 이상(54.5%)이 1세에 처음 스마트폰을 쓴 것으로 파악됐다. 0세부터 스마트폰에 노출된 아이의 이용 시간은 33.45분, 1세는 32.84분, 2세 29.56분, 3세 34.42분, 4세 28.65분, 5세 24.81분 등으로 최초 이용 시기가 빠를수록 이용 시간도 길었다. 조사 이후 스마트폰 보급이 더 확대된 만큼 영유아들의 스마트폰 이용 시간도 다소 늘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영유아들의 스마트폰 사용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0~3세는 아이들의 우뇌가 성장하는 시기다. 반복적이고 자극적인 화면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우뇌 발달이 지연된다는 것이다.
우뇌는 정서·인지 조절 기능을 담당한다. 이 기능이 발달해야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할 수 있고 타인에게 공감할 수 있다. 육아정책연구소 조사 결과에도 미디어에 중독된 영유아들은 정서·사회성 발달이 지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는 방식도 문제다. 무언가를 보기 위해선 끊임없이 눈을 움직여야 한다. 눈동자뿐만 아니라 초점을 잡기 위해 눈 주변의 근육도 쉼없이 사용한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시선도, 초점도 옮길 필요가 없다. 다시 말하면 눈과 근육을 움직이면서 뇌가 얻을 수 있는 정보도 없다는 뜻이다. 영유아들로부터 가능한 한 스마트폰을 멀리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 특히 의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자녀가 좋아한다? 부모에게 필요하다!
전문가들의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육아정책연구소 조사에선 전체 응답자의 70.9%가 ‘자녀가 좋아해서’라고 답했다. ‘또래와 공감대 형성’(12.5%), ‘습관적 사용’(6.1%), ‘정보 검색 등 지식 습득’(4.8%) 등의 답도 있었다.
‘자녀가 좋아한다’는 말은 많은 의미를 함축한다. 부모 입장에선 스마트폰만큼 유용한 도구도 없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영유아를 진정시킬 수 있는 ‘마법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떠나가라 울던 아이도 스마트폰 화면에서 자극적인 영상이 나오면 곧 울음을 그치고 화면에 집중한다. 아이가 한자리에 앉아 영상을 보는 동안 부모는 잠시 숨을 돌릴 수도 있다. 식당이나 카페 등 공공장소에 갔을 때, 혹은 버스나 기차·비행기를 타고 장시간 이동할 때 아이들이 지루함을 못 견디고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상황을 방지할 수도 있다. ‘자녀가 좋아한다’는 것은 곧 ‘부모에게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 갓 100일이 지난 딸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스마트폰으로 인한 이런 고민은 이전까지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것이다. 사실 정답은 정해져 있다. ‘스마트폰 대신 부모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젊은 부모가 맞벌이를 해 아이를 돌보기 힘든 상황에서 과연 실행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쉽게 답을 낼 수는 없겠지만 우선은 아빠부터 스마트폰 사용을 줄여볼까 한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아이폰이 한국 시장에 처음 발매된 2009년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은 2%대에 불과했다. 지난해 보급률은 84.1%다. 5년 만에 국민 5명 가운데 4명이 스마트폰을 쓰게 된 것이다. 2009년 이후 태어난 아이들은 인류 최초로 등장한 ‘스마트 네이티브(smart native)’다.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과 만난, 훗날 누구보다도 스마트폰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존재란 의미다.
하지만 영유아 시절 접한 스마트폰이 성장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우려도 함께 생겨났다. 아직까지 누구도 해보지 못한 고민이다.
◆2.27세면 스마트폰 노출
2013년 11월 육아정책연구소가 발표한 0~5세 영유아 스마트폰 노출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26.4%가 3세에, 23.6%가 1세에 처음 스마트폰을 사용했다. 평균 2.27세에 이미 스마트폰에 노출되는 것이다. 0~2세 영아만 봤을 때는 절반 이상(54.5%)이 1세에 처음 스마트폰을 쓴 것으로 파악됐다. 0세부터 스마트폰에 노출된 아이의 이용 시간은 33.45분, 1세는 32.84분, 2세 29.56분, 3세 34.42분, 4세 28.65분, 5세 24.81분 등으로 최초 이용 시기가 빠를수록 이용 시간도 길었다. 조사 이후 스마트폰 보급이 더 확대된 만큼 영유아들의 스마트폰 이용 시간도 다소 늘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영유아들의 스마트폰 사용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0~3세는 아이들의 우뇌가 성장하는 시기다. 반복적이고 자극적인 화면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우뇌 발달이 지연된다는 것이다.
우뇌는 정서·인지 조절 기능을 담당한다. 이 기능이 발달해야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할 수 있고 타인에게 공감할 수 있다. 육아정책연구소 조사 결과에도 미디어에 중독된 영유아들은 정서·사회성 발달이 지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는 방식도 문제다. 무언가를 보기 위해선 끊임없이 눈을 움직여야 한다. 눈동자뿐만 아니라 초점을 잡기 위해 눈 주변의 근육도 쉼없이 사용한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시선도, 초점도 옮길 필요가 없다. 다시 말하면 눈과 근육을 움직이면서 뇌가 얻을 수 있는 정보도 없다는 뜻이다. 영유아들로부터 가능한 한 스마트폰을 멀리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 특히 의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자녀가 좋아한다? 부모에게 필요하다!
전문가들의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육아정책연구소 조사에선 전체 응답자의 70.9%가 ‘자녀가 좋아해서’라고 답했다. ‘또래와 공감대 형성’(12.5%), ‘습관적 사용’(6.1%), ‘정보 검색 등 지식 습득’(4.8%) 등의 답도 있었다.
‘자녀가 좋아한다’는 말은 많은 의미를 함축한다. 부모 입장에선 스마트폰만큼 유용한 도구도 없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영유아를 진정시킬 수 있는 ‘마법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떠나가라 울던 아이도 스마트폰 화면에서 자극적인 영상이 나오면 곧 울음을 그치고 화면에 집중한다. 아이가 한자리에 앉아 영상을 보는 동안 부모는 잠시 숨을 돌릴 수도 있다. 식당이나 카페 등 공공장소에 갔을 때, 혹은 버스나 기차·비행기를 타고 장시간 이동할 때 아이들이 지루함을 못 견디고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상황을 방지할 수도 있다. ‘자녀가 좋아한다’는 것은 곧 ‘부모에게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 갓 100일이 지난 딸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스마트폰으로 인한 이런 고민은 이전까지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것이다. 사실 정답은 정해져 있다. ‘스마트폰 대신 부모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젊은 부모가 맞벌이를 해 아이를 돌보기 힘든 상황에서 과연 실행 가능한 일인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쉽게 답을 낼 수는 없겠지만 우선은 아빠부터 스마트폰 사용을 줄여볼까 한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