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號, 호주戰서 '3大 딜레마' 풀어라
슈틸리케호(號)가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위한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7일 오후 6시 개최국 호주와 ‘2015 호주아시안컵’ 조별리그 A조 3차전을 치른다.

대표팀은 한 수 아래인 오만과 쿠웨이트를 잡고 2연승으로 8강 진출을 확정했다. 하지만 우승 후보로 꼽히는 강팀을 만나는 것은 처음이다. 호주전은 슈틸리케호의 진짜 실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일전이다. 호주에 지면 8강에서 껄끄러운 상대인 B조 1위 중국을 만나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16일 브리즈번 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베스트 전력을 가동해 반드시 조 1위를 달성하겠다”고 자신했다. 대표팀이 난적 호주를 꺾기 위해서는 앞선 두 경기에서 드러난 ‘3대 불안 요소’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다.

○손흥민·구자철, ‘공격 열쇠’ 찾아라

슈틸리케號, 호주戰서 '3大 딜레마' 풀어라
가장 시급한 건 공격력 되찾기다. 한국과 호주의 승점은 6점으로 같지만 골 득실차는 각각 2점과 7점이다. 한국은 약체로 평가되는 오만과 쿠웨이트에 1-0으로 힘겨운 승리를 거뒀지만, 호주는 양 팀에 4골씩 퍼부으며 막강 화력을 자랑했다.

대표팀 공격진은 대회 개막 전부터 의문거리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근 10년간 대표팀 부동의 스트라이커였던 박주영(알샤밥)과 K리그 MVP 이동국(전남)을 제외하고 이근호(엘자이시), 조영철(카타르SC), 이정협(상주)을 뽑는 모험을 택했다.

이들은 앞선 두 경기에서 활발히 움직였지만 미드필더와 유기적인 호흡을 보이지 못했다. 오만전에서는 전반 25분까지 단 한 개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좌우 측면에 배치된 김민우와 남태희는 패스보다 드리블을 택하면서 상대 수비에 자주 볼을 빼앗겼고 최전방의 이근호와 따로 노는 모습을 보였다.

다행히 호주전부터는 감기 증상으로 결장했던 손흥민(레버쿠젠)과 구자철(마인츠)이 합류한다. 특히 중원과 공격진을 연결하는 열쇠는 공격형 미드필더 구자철의 활약에 달려있다는 분석이다.

○곽태휘, 불안한 수비를 해결하라

대표팀은 예선 두 경기를 무실점으로 마쳤지만 수비에서도 불안한 모습을 여러 차례 노출했다. 쿠웨이트전에서는 후반전 불안한 수비 때문에 미드필더와 공격진이 앞으로 치고 나가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후 경기마다 선발 수비수를 바꿨지만 어떤 조합도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 호주전 수비의 열쇠로 베테랑 수비수 곽태휘(알힐랄)를 낙점해 동행했다.

곽태휘의 장점은 타점 높은 헤딩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체격이 좋고 헤딩에 강한 호주의 강점을 봉쇄하기 위해 제공권이 좋은 곽태휘를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곽태휘는 “호주는 힘과 높이에 많은 장점이 있는 팀”이라며 “수비수들과 대화를 통해 어떻게 대처할지 해답을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주전선수들, 컨디션을 회복하라

마지막 불안 요소는 주전 선수들의 컨디션이다. 슈틸리케호를 덮친 감기 바이러스는 물러갔지만 손흥민, 구자철 외에도 김창수(가시와), 김진현(세레소) 등이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다. 컨디션이 100%인 선수만 경기에 내보내는 게 슈틸리케 감독의 철칙이다. 90%만 되도 내보내지 않는다. 쿠웨이트전이 열리던 날 오전 손흥민은 해열제를 먹고 열이 내리자 출전의사를 밝혔으나 슈틸리케 감독은 단호히 거절했다. 조영철은 오만전에서 다리에 쥐가 나 교체됐다가 부상자 명부에 올랐다.

슈틸리케 감독은 호주전에도 컨디션이 100%인 선수만 출전시킬 방침이다. 따라서 주전선수들의 컨디션과 떨어졌던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것이 관건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힘과 스피드를 겸비한 호주는 차원이 다른 팀”이라며 “호주를 꺾으면 우리는 토너먼트에서 큰 자신감을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