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日 자금 유입…美 증시 新고점 찍을 것"
“5년째 상승 흐름을 타고 있는 미국 증시는 올해도 신고점을 찍을 겁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 월드와이드 인베스트먼트의 도미니크 로시 글로벌주식 최고투자책임자(CIO·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양적 완화에 나선 유럽과 일본의 잉여자금이 유입되면서 미국 증시가 상승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피델리티는 2800억달러의 자금을 굴리는 글로벌 운용사로, 이 중 1700억달러를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로시 CIO는 “미국이 고질적인 무역·재정 적자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임에 따라 달러화 강세가 가속화하고 있다”며 “미국 달러화 자산과 미국 주식 상승에 베팅하는 상품을 주목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유럽·日 자금 유입…美 증시 新고점 찍을 것"
달러 강세와 원자재 가격 하락이 미국 경제에 긍정적인 요인이지만 신흥국 경제엔 타격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2003~2008년 달러 약세,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펼쳐졌던 ‘신흥국 장세’와 정반대 상황이 됐다는 얘기다.

그는 “이제는 구조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고 내수 경제 중심의 성장 모델을 채택한 국가 위주로 선별 투자해야 할 시기”라며 “중국 경기 둔화에 취약한 브라질 인도네시아보다 미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 멕시코 등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로시 CIO는 “유가 급락에 대한 우려가 글로벌 증시를 출렁이게 만들었지만 조만간 유가 하락 혜택에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점진적인 수혜를 입을 곳으로 유럽을 꼽았다. 유럽이 전반적인 수요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유로화 약세, 원자재 가격 하락이 경제에 조금씩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란 관측이다.

그는 “석유에 세금을 많이 부과하지 않는 나라에서는 유가 하락이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준다”며 “유가 하락분이 세금인하 효과를 내면서 유럽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시 CIO는 수년째 박스권에서 움직여 온 한국 증시 역시 본격적인 상승장을 기대해 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반기 한국 정부가 통화완화 정책을 본격화하면서 소비가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이 대표적 원유 수입국인 만큼 유럽처럼 유가 하락의 수혜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강력 주문하고 있는 데다 배당 확대를 유도하는 등 증시 상승에 기여할 만한 요인이 적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로시 CIO는 “선진국들이 정책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췄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은 저축 과잉이란 특이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투자자금이 단 1%포인트라도 높은 수익을 좇아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배당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주식이 사상 최저 수준의 금리를 기록 중인 채권에 비해 매력적이란 진단이다.

그는 “미국 경기회복에 따른 기업의 이익 증가가 배당 확대로 이어져 주가 상승을 견인할 가능성이 높다”며 “글로벌 배당주는 올해 주식시장을 부양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