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부유층·대형 금융사 증세 나서…공화당 "지속적 경제성장 저해" 반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이 중산층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부유층과 대형 금융회사를 상대로 한 세금 인상 계획을 내놓았다. 백악관은 17일(현지시간) 보도자료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20일 새해 국정연설에서 자본이득세 인상 등을 통해 향후 10년간 3200억달러의 세수를 확충, 이를 중산층 지원에 사용하는 세제개혁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이 부유층을 타깃으로 한 증세에 반대하고 있어 세제 개혁을 둘러싸고 정치권 논란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백악관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연소득 50만달러(부부 합산) 이상인 고소득자의 자본이득세와 배당소득세를 현행 23.8%에서 28%로 인상하기로 했다. 이 두 세율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부터 15%로 유지돼 오다 지난해 23.8%로 한 차례 인상됐다. 백악관은 자본이득세율을 28%로 올리는 것은 1986년 광범위한 세제 개혁을 단행한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때와 같은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부유층의 금융자산 상속 과정에서 상속 즉시 과세하지 않고 나중에 자녀들이 상속 자산을 처분할 때 세금을 물리는 현행 제도를 변경, 상속 때 부모가 취득한 가격을 기준으로 자녀들에게 자본이득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백악관은 “매년 수천억달러의 상속 금융자산이 조세법의 허점을 이용해 빠져나가고 있다”며 “이번 조치로 부유층이 보다 공평한 세금을 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와 함께 자산 500억달러 이상 금융회사(약 100개)에 부채(예금)의 0.07%에 해당하는 수수료(세금)를 부과하기로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산층과 저소득층에는 앞으로 10년간 1750억달러 규모의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맞벌이 부부 2400만가구에 500달러의 세액공제를 제공하고, 5세 이하 어린이 1인당 세액공제를 현행 550달러 수준에서 3000달러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대학생에게 연간 최대 2500달러를 지원하고, 중소기업 직원에 대한 퇴직연금 프로그램을 지원하기로 했다.

공화당 소속인 오린 해치 상원 금융위원장은 “중소기업인과 저축자, 투자자들에게 세금을 더 부과할 경우 결국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경제적 포퓰리즘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