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 매일 새벽 5시에 기상해 밖으로 나가 솔잎 아래에 소원을 썼어요. 무의미한 일일 수도 있겠지만, 그 당시에 호주 전체에서 이처럼 일찍 일어나 활동하는 배우는 저밖에 없을 거라고 확신했습니다. 이런 절제와 노력이 성장에 기반이 됐어요. 다른 배우들이 하지 않는 것들을 제가 하려 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죠.”

호주 출신 할리우드 스타 러셀 크로(51·사진)가 19일 서울 역삼동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성공 비결을 이렇게 밝혔다. ‘글래디에이터’로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는 등 25년간 40여개 작품에서 수상한 그가 오는 28일 개봉하는 영화 ‘워터 디바이너’에서 주연과 함께 첫 연출을 맡았다. 이 영화는 1차 세계대전 당시 세 아들이 전사했다는 통지를 받고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호주에서 머나먼 터키로 떠난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렸다. 자식과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적과 아군이 따로 없고 모두가 희생자뿐이라는 전쟁의 참상을 고발한다.

“작품을 선택할 때 내러티브를 중요시합니다. 닭살이 돋을 정도로 감동을 받으면 출연하는 거지요. 원래 감독을 하고 싶은 욕구는 있었어요. 리들리 스콧 등 훌륭한 감독들과 작업을 하면서 많이 배웠거든요. 이 이야기를 읽어보니 저와 잘 맞았어요. 제가 선택했다기보다는 이 작품이 저를 선택한 것 같아요. 연출현장에서는 아버지처럼 다가서려고 노력했어요.”

그는 한국인들도 영화에 공감하는 부분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 사람들이 영국 식민지로 1차 세계대전에 강제로 끌려갔듯 한국도 비슷한 이유로 2차대전에 참전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한국인은 전쟁에서 가족의 상실을 겪는 아버지의 고통에 공감할 것으로 믿습니다. 호주와 뉴질랜드 등 2, 3개국 문화를 섞어 표현한 부성애에 세계적인 공감대가 일어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뉴질랜드 태생으로 4세 때 호주로 이민 간 그는 호주가 자신의 모국이라고 했다. “제게 모국이란 제 자식과 가족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아이들이 제 삶의 동력이니까요. 제가 38년간 산 호주는 제 모국입니다.”

크로는 자신과 가장 잘 맞았던 감독으로 ‘글래디에이터’ ‘로빈후드’ 등 5개 작품을 함께한 스콧을 꼽았다.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면서 창의성을 발휘합니다. 주변에서는 우리가 매일 싸운다고 얘기하지만 우리는 토론하고 의논하는 것뿐입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