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가 챔피언 먹었어” > 지미 워커가 19일 미국 하와이 와이알레이CC에서 열린 미국 PGA투어 소니오픈에서 우승한 뒤 아들을 안고 기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아빠가 챔피언 먹었어” > 지미 워커가 19일 미국 하와이 와이알레이CC에서 열린 미국 PGA투어 소니오픈에서 우승한 뒤 아들을 안고 기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틀 간격으로 열린 유러피언(EPGA)투어와 미국 PGA투어 최종라운드에서 정반대의 경기가 펼쳐졌다. 마르틴 카이머(독일)가 아부다비HSBC골프챔피언십에서 10타 차 우위를 지키지 못하고 무명(無名)의 가리 스탈(프랑스)에 무너진 반면, 지미 워커(미국)는 소니오픈에서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이며 9타 차 우승을 거뒀다. 두 선수의 승패를 가른 것은 정신력. 골프가 왜 ‘멘탈 스포츠’인지 제대로 보여준 경기였다.

◆워커, 컴퓨터 샷으로 위기 탈출

워커는 19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의 와이알레이CC(파70·7044야드)에서 열린 PGA투어 소니오픈 4라운드에서 7번홀까지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그 사이 2위 맷 쿠차(미국)가 2타 차까지 따라붙었다. 지난주 현대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 때 패트릭 리드(미국)에게 연장전에서 역전패한 악몽이 떠오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워커는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8번홀(파4)에서 쿠차가 티샷 실수로 1타를 잃자 워커는 버디를 뽑아내며 순식간에 4타 차 선두로 치고 나갔다. 워커는 이후 10번홀까지 3연속 버디 행진을 벌였다. 12번홀(파4)에선 6m짜리 내리막 퍼트를 성공시키며 다른 선수들의 기를 꺾었다.

워커는 경기 내내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였다. 13번홀(파4)에서는 첫 번째 샷을 벙커에 빠뜨리고도 두 번째 샷을 그린 위에 올렸다. 3라운드 18번홀(파5)에선 티샷 미스에 이어 생크까지 내고도 세 번째 샷을 홀 2.7m 거리에 떨어뜨려 기어코 버디를 낚았다. 워커는 이날 페어웨이 안착률이 57.14%에 불과했지만 88.89%라는 컴퓨터 게임 같은 그린 적중률을 기록했다.

마지막 홀까지 침착하게 버디를 성공시킨 워커는 2위 스콧 피어시(미국)를 9타 차로 따돌리고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2013년 10월 188번째 출전 끝에 첫 우승을 차지한 인간승리의 주인공 워커는 PGA 통산 4승째를 거뒀다. 또 우승상금 100만8000달러(약 10억9000만원)와 함께 페덱스컵 포인트(957점) 선두로 나섰다.

마르틴 카이머
마르틴 카이머
◆카이머, 드라이버샷에 ‘와르르’

카이머는 지난 18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GC(파72)에서 열린 HSBC골프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에서 우승을 눈앞에 뒀다. 이 대회에서만 세 번 우승한 카이머는 코스 곳곳을 제 손바닥처럼 알고 있었다. 전날에는 이 코스 역대 54홀 최소타 기록까지 세운 터였다. 카이머는 4라운드 초반 3타를 줄여 2위 그룹과의 격차를 10타로 벌리며 이 대회 네 번째 우승컵을 예약했다.

하지만 9번홀(파4)부터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이 홀에서 더블 보기를 기록한 뒤 카이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실수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한 듯 티샷은 계속 러프로 빠졌다. 퍼팅도 흔들렸다. 카이머는 결국 13번홀(파4)에서 티샷을 덤불 사이로 보낸 뒤 트리플 보기로 자멸했다.

그 사이 세계랭킹 357위에 불과한 스탈이 버디 7개를 뽑아내며 합계 19언더파 269타로 우승컵을 차지했다. 카이머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에 이어 2타 차 3위에 그쳤다. 카이머는 당분간 후유증에서 쉽게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카이머는 경기 후 “모든 것이 좋았지만 단 2개의 드라이버샷이 모든 걸 망쳤다”며 괴로워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