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중국에 뒤처진 한국 금융 혁신
지난 18일 중국 최초의 인터넷은행 웨이쭝은행이 시범영업을 시작했다. 카카오톡과 비슷한 모바일 메신저 웨이신으로 유명한 텐센트가 최대주주로, 지점 없이 모든 영업을 인터넷으로 처리한다.

텐센트는 웨이쭝은행을 통해 정보기술(IT) 회사로서 쌓은 노하우를 구현한다. 소비자는 휴대폰에 달린 카메라에 자신의 얼굴을 비추는 것으로 통장을 개설할 수 있다. 개별 대출 한도는 기존 신용정보는 물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과 온라인 쇼핑 행태까지 1조건 이상의 정보를 빅데이터로 분석해 정한다. 오는 5월 웨이쭝은행의 정식 영업 개시를 앞두고 중국 금융당국의 규제 정비도 발빠르다. ‘통장 개설 시 소비자를 직접 마주하고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는 은행영업 규정을 개정할 예정이다.

개인과 자영업자 등 금융 소비자들은 은행 문턱이 낮아져 수혜를 볼 전망이다. 신용분석이 어렵다며 이들에 대한 대출을 거부해 온 건설은행 등 기존 대형은행들도 개인 대출 서비스 개선에 나서는 등 판이 흔들리고 있다.

한국에선 지난 15일 박근혜 대통령이 5개 부처 업무보고에서 ‘핀테크(금융+기술)’ 육성 의지를 밝혔지만 추진방안은 오리무중이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핀테크 수혜주로 떠오르지만 중국 IT기업들이 재작년부터 하고 있는 송금 및 지급 업무도 언제부터 가능할지 알 수 없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는 연내 인터넷은행을 열 예정이지만 한국의 30대 기업은 핀테크 허용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존 손튼 전 골드만삭스 회장은 “1980년대 영국 진출을 시도할 당시 영국의 규제환경은 미국보다 10년은 뒤처져 있었다”고 책 ‘골드만삭스’에서 회고했다. 이는 영국 금융회사들이 세계 시장은 물론 안방까지 미국 금융회사들에 내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한국 은행들의 전체 해외 점포 수는 102개다. 반면 중국은 공상은행 한 곳만 40개국 331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규모’로는 이미 비교가 안된다. 핀테크에서도 밀린다면 한국에서 ‘금융의 삼성전자’가 나오길 바라는 것이 가능할까.

노경목 국제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