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11일 치러질 제1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벌써 혼탁 양상이라는 한경 보도다. 전국의 농협 수협 산림조합 1389곳 중 1364곳(98.2%)의 조합장을 뽑는 첫 동시선거다. 투표권을 가진 조합원만 297만여명이다. 그동안 단위 조합별로 조합장을 선출했지만, 부정선거 시비가 잦아 선관위에 일괄 위탁한 것이다. 중앙선관위는 입후보자가 4000명을 넘어 3 대 1의 경쟁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선관위의 감시에도 불구하고 진작부터 과열 양상이다. 후보자 등록까지 한 달 넘게 남았는데도 예비후보들의 사전선거운동, 금품·향응 제공 등이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선관위는 이미 고발 19건, 수사의뢰 4건, 경고 97건 등의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지역마다 혈연·지연·학연으로 얽혀 선관위 경고도 잘 안 먹힌다고 한다. 심지어 금융감독원까지 나서 각 조합의 개인정보 유출, 선심성 배당이나 금리 제공 등을 단속하도록 각 중앙회에 공문을 보냈을 정도다.

조합장 선거가 혼탁해지는 것은 무엇보다 조합장이 해당 지역에서 제왕적 권한과 지위를 갖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 1151곳의 조합장을 뽑는 농협의 경우 조합장이 되면 4년 임기 동안 5000만~8000만원의 연봉에다 성과급 판공비 활동비를 별도로 받는다. 큰 조합들은 억대 연봉에다 비서 차량 운전기사까지 제공된다고 한다. 더구나 조합장 전결로 금리와 한도를 정해 대출해주고 각종 사업에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여야 정치권도 무시 못 한다. 조합장 경력을 발판 삼아 시·군·구 의원으로 진출하는 일도 흔하다. 당선만 되면 이보다 수지 맞는 장사가 없다.

농협은 조합원인 농민의, 농민에 의한, 농민을 위한 자율조직이다. 조합장은 조합원의 봉사자일 뿐이다. 하지만 농협을 그렇게 보는 사람은 없다. 조합장 자리는 농촌의 권력이 돼가고 권한은 특권을 만들어낸다. 조직을 정치화하며 개혁을 회피해온 농협의 지난 50여년 적폐다. 공명선거를 지향한다면 먼저 조합장에 집중된 권한부터 조합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선관위는 이번에 확실히 바로잡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