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19일 신임 임원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신라호텔 1층 로비에 들어서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5층 집무실에서 2층 행사장으로 곧바로 이동해 입장하는 모습이 잡히지 않았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19일 신임 임원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신라호텔 1층 로비에 들어서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5층 집무실에서 2층 행사장으로 곧바로 이동해 입장하는 모습이 잡히지 않았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그룹 신임 임원들에게 ‘힘찬 도전’을 당부했다. 1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신임 임원 교육 마지막 일정으로 진행된 부부동반 만찬에서다.

이 부회장은 격려사를 통해 “작년 한 해는 여러 가지로 어려운 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실적을 내서 임원으로 승진한 여러분은 정말 능력 있는 인재들”이라며 “올해도 더욱 열심히 도전하자”고 말했다. 또 “패기 있게 일하자”며 수차례 ‘패기’라는 단어를 반복했다. 지난해 실적 부진으로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신임 임원들이 도전과 혁신을 통해 위기 돌파에 앞장서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이 부회장이 외친 건배 구호도 “힘차게 도전을”이었다.

이날 만찬에는 이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기획 사장 등 삼남매가 참석했다. 이들 삼남매가 신임 임원 만찬에 나란히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참석자는 삼성 사장단 40여명과 신임 임원 부부 등 모두 500여명에 달했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장기 입원을 이유로 올해 그룹 차원의 신년하례식을 갖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날 만찬은 이 부회장이 삼성 사장단이 대거 참석하는 그룹 행사에 처음 참여하는 무대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만찬주로는 국순당 복분자주가 마련됐다. 한때 프랑스 와인 ‘이기갈 지공다스’가 마련됐다는 말이 나왔지만 와인은 이날 만찬에 제공되지 않았다. 삼성 관계자는 “대중적으로 마시는 복분자주가 준비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 회장이 주재한 신년 만찬에서도 백련맑은술, 자희향 국화주 등 전통술 2종이 나왔다. 삼성그룹 신년 만찬에서 2년 연속 전통주가 나온 것이다. 만찬 행사도 사물놀이 공연이었다.

이날 만찬에 앞서 신임 임원 240여명은 지난 15일부터 경기 용인 삼성인력개발원에서 4박5일간 합숙교육을 받았다. 매일 오전 7시부터 오후 8~9시까지 강도 높은 위기 극복 교육이 진행됐다. 최근 안팎으로 어려워진 경영 환경 탓에 그 어느 해보다 삼성그룹의 역사와 위기 극복 과정, 이 회장의 경영 철학이 집중적으로 조명됐고 신임 임원들이 가져야 할 리더십 교육도 빠지지 않았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이어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로 자리를 옮겨 부부동반으로 신임 임원 예절 교육 등을 주제로 한 마지막 교육 일정을 마무리했다. 오후 6시부터 시작된 만찬에선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의 축사와 이 부회장의 신임 임원 격려사에 이어 각 테이블에 자리를 한 계열사 사장들이 신임 임원들을 격려했다.

이 부회장은 만찬 직전인 오후 5시43분쯤 다이너스티홀 입구에 들어섰다. 짙은 남색의 단정한 정장에 자줏빛 넥타이 차림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이서현 사장은 이 부회장 입장 5분 전쯤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롱코트에 핸드백을 들었다. 이 부회장과 이 사장 모두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부진 사장은 신라호텔 5층 집무실에서 곧바로 2층 행사장으로 이동해 카메라에 잡히지 않았다.

삼성그룹은 만찬 후 신임 임원 부부에게 스위스 고급 시계 브랜드인 ‘론진’의 커플 시계를 선물했다. 삼성은 지난해에도 론진 시계를 선물했다. 만찬은 오후 8시까지 이어졌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이 입원 중이라 전반적으로 조용한 분위기에서 신임 임원들이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서로를 격려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주용석/정지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