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株, 직접 中 찾아갔더니…증권가 "앞으로 3년간 매력적"
"벌써 일주일 예약이 밀려있습니다. 꼭 10년 전 우리나라 같은 기분이 듭니다.…얼굴을 고치고는 싶은데 한국으로 의료관광을 못 떠나는 여자들이 수두룩하니까요."

변화하는 중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 '정글만리'의 한 대목으로 중국에 병원을 차린 한국 성형외과 의사의 대사다.

실제 한국의 바이오, 코스메틱 기업들은 최근 넘치는 수요를 찾아 중국 성형시장으로 '직접' 진출하기 시작했다. 증권가는 발 빠르게 이들의 움직임을 뒤쫓고 있는 중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남자 애널리스트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서울 명동의 성형외과를 찾아 보톡스나 필러를 체험하며 국내를 비롯해 중국시장 수요 조사에 나서기도 한다"며 이들 기업에 대한 증권가의 관심을 전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바이오와 코스메틱기업은 올해 본격적으로 중국 성장동력(모멘텀)을 갖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게임, 식품업체들이 받았던 중국발(發) 수혜 바통을 이어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리젠이다. 사업 포트폴리오 변신을 꾀하고 있는 리젠은 최근 중국에서 미용성형병원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중국 내 유망한 부동산 투자 기업과 손을 잡고 6개 도시에 순차적으로 프랜차이즈 병원을 세운다.

리젠 관계자는 "한국에서 운영 중인 병원과 동일한 콘셉트로 한국 내 인력을 파견해 운영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디 역시 이달 7일 중국 기업에 지방줄기세포분리기를 공급하며 중국 성형시장에 첫 출사표를 던졌다. 필러 등을 개발한 휴메딕스는 올 상반기 중 중국에 진출할 기획이다. 필러는 피부와 유사한 물질을 얼굴 특정 부위에 주입해 미용 효과를 주는 성형 시술 중 하나다.

주가도 꿈틀거리고 있다. 휴메딕스는 지난해 12월26일 상장한 뒤 전날 종가 기준으로 67.6%나 올랐다. 리젠 주가는 올 들어 20일 간 35.3% 뛰었다.

김희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들 행보에 대해 "중국의 거대 성형시장에 첫 발을 내딛다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전상용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중국 의사와 제품들을 믿지 못하는 중국인들이 한국 성형시장을 불러들이고 있다"며 "의사까지 수입해 올 수도 있다는 중국 당국의 방침 역시 이들 기업의 성장에 힘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3년간 국내 안방 밖에서는 빛을 보지 못하던 토종 바이오기업들이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받아 해외 바이어들의 '러브콜'을 받기 시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2004~2007년 국내 조선, 화학기업들이 겪은 과정과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이제 시작 단계"라고 강조한 전 연구원은 "'성형 관광객'을 맞이하던 수준에서 중국 소비자들을 찾아가는 원년을 맞으며 앞으로 최소 3년 간은 중국 헬스, 뷰티시장 확대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