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한민학원 이사장(오른쪽 네 번째)이 교훈석 앞에서 학생들과 함께 주먹을 불끈 쥔 채 면학 의지를 다지고 있다. 파주=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김태영 한민학원 이사장(오른쪽 네 번째)이 교훈석 앞에서 학생들과 함께 주먹을 불끈 쥔 채 면학 의지를 다지고 있다. 파주=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경기 파주시 광탄면에 자리잡은 한민고(교장 전영호)는 점호로 하루가 시작되고 끝난다. 전교생이 평일 오전 6시 기숙사에서 일어나 운동장에 모인 뒤 6시15분 점호보고를 한다. 국가와 부모님께 감사기도를 올리고 체조한 뒤 운동장을 두 바퀴 뛴다. 학생들은 정규수업(오전 8시~오후 3시50분)과 보충수업(오후 4~6시)을 받고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 남녀 기숙사 내 1층 면학실에서 자기주도학습에 들어간다. 밤 11시 저녁점호 이후 12시에 소등되지만 학생의 3분의 1가량은 면학실에서 새벽 1시까지 공부한다.

통상 매월 마지막 금요일에 집으로 떠났다가 일요일에 복귀하는 귀가 기간 외에는 휴일에도 교내에서 생활한다.

○군인 자녀 입학 우대

“경기도에서 중학교를 다니는 딸이 전교 20등 정도 했는데 합격해 정말 기쁩니다.”

방위사업청에서 팀장으로 근무 중인 장모 육군 대령은 신이 났다. 국내 첫 군인 자녀를 위한 기숙형 학교 한민고에 오는 3월부터 딸이 다닐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스마트교육환경이 잘 구축된 데다 젊고 우수한 선생님들이 밤늦게까지 열심히 가르친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2015학년도 입학 경쟁은 1년 전보다 치열해졌다. 정원 400명 중 70%는 군인 자녀, 30%는 경기지역 중학교 졸업예정자 중에서 뽑는다. 일반학생은 전교 1등도 입학이 쉽지 않지만 군인 자녀는 격오지에서 중학교를 다녔더라도 3년간 내신성적이 전교 5% 이내라면 합격할 수 있다.

일반 사립고인 한민고는 야간 간식을 포함해 하루 네 끼를 제공한다. 한 개의 악기와 한 종목의 운동을 가르치고 1인당 2~3개의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도록 하는데도 연간 교육비는 1100만원 수준이다. 박찬호 군은 “한 방에서 4명이 같이 지내면서 청소와 정리정돈을 분담한다”며 “한민고는 영국의 이튼스쿨처럼 한국의 자랑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한민고가 내년 말 대입에서 돌풍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민·군 협력의 모범 모델

지난해 3월 한민고가 개교한 데 일등공신은 합참의장과 국방부 장관을 지낸 김태영 한민학원 이사장이다. 김 이사장은 결혼 생활 35년 동안 29번 이사했다. 그는 군인 자녀들을 위한 기숙형 학교를 4년여간의 작업 끝에 만들었다. 정부 예산과 국방부 호국장학기금 등 800여억원이 들어갔다.

한민고는 민·군 협력으로 강군을 만든다는 1사1병영 운동의 취지가 실현된 곳이다. 학교 발전 후원금을 모금 중인 김 이사장의 뜻을 받들어 박원호 디아이 회장(가수 싸이의 아버지)과 김종섭 삼익악기 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등이 후원하고 있다. ‘올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적 인재 양성’이란 건학이념과 ‘국가와 민족을 먼저 생각하는 미래지향적인 글로벌 리더를 키운다’는 교육철학에 따라 학생들은 3·1절과 광복절, 한글날, 천안함 폭침일 등에 계기교육을 받고 노래도 제창한다.

파주=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