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골퍼들의 스토브리그가 일단락됐다. 한국경제신문이 20일 연말연시에 이뤄진 프로골퍼 후원 계약 등을 분석한 결과 올해에는 초호화 선수단을 구성한 골프단이 여럿 등장해 기업 간의 자존심 경쟁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거물급 스타가 대거 이동하면서 특급 선수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기업들의 공방도 치열했다.
하나금융 선수단, 통산 58승 '최강'…한화, 21명 보유한 '큰손'
‘대형 신인’ 박결, NH투자증권으로

올해에는 유명 선수의 이동이 유난히 많았다. 내년 말 은퇴를 선언한 박세리(38)는 은퇴 준비를 도와줄 하나금융그룹과 선수 자격으로 마지막 후원 계약을 맺었다. 호주 동포 유망주인 이민지(19)와 지난해 미국 LPGA투어 요코하마타이어LPGA클래식에서 우승한 허미정(26)도 하나금융그룹에 합류했다.

올해부터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뛰게 된 김하늘(27)은 지난 5년간 후원 관계를 맺어온 비씨카드를 떠나 하이트진로에 새 둥지를 틀었다. 미 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김인경(27)은 하나금융그룹에서 한화로 이적했고 그동안 메인 후원사가 없었던 이민영(23)도 한화에 정착했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이자 시드 순위전 1위에 오른 ‘대형 신인’ 박결(19)은 NH투자증권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다.

재계약을 한 선수도 많다. 김효주(20)가 롯데와 5년간 함께하기로 했고 유소연(하나금융그룹) 허윤경(SBI저축은행) 윤채영(한화) 최나연(SK텔레콤) 등도 재계약에 성공했다. 미국에 진출하는 장하나(23)도 비씨카드와 재계약할 것으로 알려졌다.

‘호화 골프 구단’ 전성시대

올해 두드러진 특징은 우승 가능성이 높은 선수를 대거 보유한 기업이 늘어난 점이다. 하나금융그룹은 우승 경력이 많은 선수들로 구성했다. 선수들의 우승을 다 합치면 통산 58승이다. 박세리가 39승, 유소연 11승, 박희영 6승, 허미정 2승 등이다.

하이트진로도 통산 8승을 거둔 김하늘 영입으로 초호화 멤버를 자랑한다. 서희경(11승) 전인지(4승) 전미정(24승)에다 한국프로골프(KPGA) 박준원(1승)으로 구성했다. 소속 선수들의 우승을 합치면 48승이다.

21명으로 ‘매머드급’ 선수를 보유한 한화도 김인경(3승)과 이민영(3승)을 새롭게 끌어들여 규모에 비해 ‘우승 없는 골프단’이라는 불명예 탈출을 노리고 있다. NH투자증권도 기존 이미림(25·5승) 이승현(24·3승) 김대섭(34·8승)에다 루키 박결을 더해 ‘명문 구단’으로 발돋움할 진용을 갖췄다.

골프 선수 후원 1위는 금융회사

골프 선수를 가장 많이 후원하는 업종은 금융이다. KB금융그룹, 하나금융그룹에 이어 남자 선수만 후원하는 신한금융그룹이 ‘큰손’ 역할을 맡고 있고 그 뒤를 이어 NH투자증권, 비씨카드, 미래에셋, SBI저축은행 등 금융 관련 회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삼천리는 올해 홍란(29) 등 4명으로 첫 골프단을 구성했고 오는 4월 골프대회도 열기로 하는 등 적극적인 골프 마케팅에 시동을 걸었다. 청호나이스는 이연주(29)를 처음 후원하며 프로골퍼 후원에 나섰다. 반면 그동안 이보미 배선우 등을 후원했던 정관장과 박세리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KDB산업은행 등은 올해부터 골프 선수 후원을 중단했다.

여자 선수에 후원이 집중되는 현상은 올해도 여전하다. 남자 선수 중에는 박준원(29)의 하이트진로 계약 외에 특별한 계약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지난해 KPGA 코리안투어 상금왕에 오른 김승혁(29)도 아직 메인 후원사를 찾지 못한 상태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