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22일 통화정책회의에서 발표할 것으로 예상됐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전면적 양적 완화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ECB 자본금의 27%를 출자해 최대주주인 독일이 ECB의 국채 매입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ECB가 국채 매입으로 5000억유로를 풀어 유로존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것으로 전망해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9일(현지시간) 독일 증권거래소 운영회사인 도이체뵈르제 본사에서 “ECB 결정은 유럽의 재정 건전성과 경쟁력 향상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며 “ECB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유로존의 경제개혁이 필요하다”고 연설했다. 독일은 ECB의 양적 완화가 유로화가치 하락을 불러와 스페인과 그리스 등 재정위기국들이 경제구조 개혁을 비롯한 경쟁력 향상 노력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해 왔다.

독일 여론도 부정적인 방향으로 돌아서고 있다. 독일 일간지 빌트는 이날 “ECB의 양적 완화는 유로화의 과도한 가치 하락을 불러 독일 납세자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ECB 대신 유로존 회원국 중앙은행들이 각각 국채를 매입하는 방안이 이번 통화정책회의에서 제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이 같은 안에 대해 회원국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경우 ECB는 기대한 만큼 돈을 풀기 어려워진다. 경제가 그다지 어렵지 않은 국가는 국채 매입에 소극적일 것이고, 경제사정이 나쁜 국가는 국채를 매입할 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전망에 유로화가치는 소폭 반등했다. 지난 16일 장중 유로당 1.1459달러까지 떨어져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던 유로화가치는 20일 1.158달러 선까지 올랐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