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월20일 오후 4시34분

코스닥 상장사인 A사는 작년 말 부실 자회사를 떼어내 다른 계열사와 합병시켰다. 덕분에 지난해 3분기 기준 연결재무제표상 360%였던 부채비율이 단숨에 29.4%로 떨어졌다. ‘부실 자회사 꼬리 자르기’로 부채비율을 200% 밑으로 낮춰 외부감사인 강제지정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조치였다.

재무구조가 나쁜 일부 상장기업이 올해부터 확대 시행되는 지정감사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외부감사인을 강제 지정받으면 회사가 자율적으로 감사인을 선임할 때보다 감사 강도가 세진다는 부담에서다.

○‘꼬리 자르기’ 나선 상장사들

[마켓인사이트] "부채비율 낮춰 지정감사 피하자" 상장사, 부실 子회사 '꼬리 자르기'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정부가 지정감사인제 확대 시행 방안을 내놓은 작년 8월25일 이후 48개 상장사가 ‘지배회사의 주요 종속회사 탈퇴’ 공시를 냈다. 이 중 일부는 외부감사인 강제지정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금감원은 파악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2014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부채비율 200% 초과 △동종업계 평균 부채비율 1.5배 초과 △이자보상배율 1 미만(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한다는 의미) 등 세 가지 요건에 모두 해당하는 상장사를 신규 외부감사인 강제지정 대상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1700여개 상장사 중 130여개가 대상이다. 지정감사 여부는 해당 상장사뿐 아니라 자회사의 자산과 부채까지 포함한 연결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하는 만큼 부채비율이 높은 자회사를 떼어내면 강제지정에서 제외될 수 있다.

B사도 작년 말 연결 대상이었던 부실 자회사를 외국 투자회사에 넘기는 식으로 종속회사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작년 3분기 말 기준 255.8%이던 부채비율은 28.5%로 축소됐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지정된 새 회계법인으로부터 지정감사를 받으면 감사가 훨씬 깐깐하게 이뤄질 뿐 아니라 감사 비용도 50% 이상 늘어난다”며 “작년 말 자회사를 떼어낸 상장사 중 일부는 지정감사제 부담을 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영업이익 부풀리기’ 집중 점검

금감원은 상장사가 감사인 강제지정제를 피하기 위해 재무제표를 조작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판매관리비로 처리해야 할 물류비 등을 영업외 비용으로 처리해 영업이익을 부풀리거나 대손상각비를 실제보다 적게 계산하는 식으로 영업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영업이익이 늘거나 이자비용이 줄어들면 지정감사 요건 중 하나인 ‘이자보상배율 1 미만’ 요건을 피해갈 수 있다.

금감원은 지정감사를 피하기 위해 상장사와 현 감사인이 짜고 ‘이익 부풀리기’에 나서는지도 살펴볼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회계법인 입장에선 현재 감사를 맡고 있는 기업이 지정감사 대상이 되면 내년 일감을 빼앗기는 셈”이라며 “회계법인이 일감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우려해 기업에 이익 부풀리기 등 지정감사 회피 방법을 컨설팅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상헌/이유정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