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파생상품시장 枯死시킬 양도세 과세
최근 연말정산과 담뱃값 인상을 포함해 전방위적으로 세수 확대에 팔을 걷어붙인 세제당국의 졸속 법안에 납세자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여론의 주목을 덜 받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졸속으로 처리된 법안으로 지난달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파생상품 양도세 법안이 있다. 법안에 따르면 20%를 표준세율로 하고 그 세율의 50% 범위 이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인하가 가능하게 했다. 이에 따라 내년 도입 시점 탄력세율 10%로 시작해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정치권이 주장하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란 과세 형평성 논리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현재 자본시장의 과세 제도가 한마디로 누더기 세제라는 것과 또 다른 비형평성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주식시장의 경우 대주주 지분이나 비상장 주식을 제외하고는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지 않고 대신 거래 건당 0.3%의 거래세를 부과하고 있다. 반면 파생상품 거래에서는 이번 법안 통과로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게 돼 현물과 파생상품 간 과세 방식이 이원화되게 됐다.

파생상품 시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력한 규제를 받아왔다. 옵션승수가 다섯 배 인상됐고 개인 투자자의 진입장벽도 한층 강화됐다. 이런 규제의 목표는 궁극적으로 투기 수요 일변도의 시장을 투기 수요와 헤지 수요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시장으로 건전화하는 데 있다.

그런데 이번 양도세 부과 법안으로 이런 금융당국의 노력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현물과 파생상품 간 과세 방식의 차이로 헤지 거래가 심각하게 위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간단한 예를 들어 보자. 삼성전자 주식을 갖고 있는 투자자가 가격이 당분간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하자. 이를 지수선물을 통해 크로스 헤지를 한다면 선물을 매도하면 된다. 예상대로 주가가 하락할 경우 주식에서는 손실이 발생하고 선물 거래에서는 이득이 발생하게 된다. 그런데 손실이 발생한 삼성전자 주식의 경우 거래세 0.3%를 내고 이득을 본 선물 거래에 대해서는 양도세를 내게 된다. 실제 거래를 통해 투자자가 이득을 본 것이 없는데도 말이다. 만약 주식과 파생상품을 통합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한다면 투자자는 세금을 낼 이유가 없다. 이렇게 이원화된 과세 방식은 헤지 수요를 심각하게 위축시켜 시장의 건전성을 저해하게 된다.

또 다른 문제는 손실의 이월공제 문제다. 예를 들어 파생상품 투자로 이익을 볼 경우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지만 손실을 보면 이를 이월해 세금을 감면해주는 제도다. 미국은 영구 공제를 허용하고 있고 대부분 국가가 3년 한시, 5년 한시 등으로 기간을 정해 허용하고 있다. 즉 양도소득세의 기본 원칙은 이익에는 세금을, 손실에는 세금 감면이란 대칭성에 있다. 그런데 정부는 손실 이월공제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럴 경우 투자자는 이익이 나면 세금을 내고 손실이 나면 다 부담해야 한다. 한마디로 정부는 투자자로부터 콜옵션을 받게 돼 투자자의 파생상품에 공짜로 파생포지션을 취한 격이 된다. 세제당국이 그렇게 주장하는 과세의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세제당국은 손실 감면을 허용할 경우 부동산 양도소득세와 또 다른 형평성 논란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거주용 부동산은 투자 목적보다 사용 가치를 더 중시하기 때문에 양도소득세율이 낮은 대신 손실 감면을 하지 않는다. 반면 투자 목적 자산은 세율을 보다 높이고 대신 손실 감면을 해주는 것이 원칙이다. 따라서 부동산 양도소득세는 파생상품 양도소득세의 직접적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더군다나 이번 양도세 부과로 기대되는 세수는 10% 세율의 경우 370억원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파생시장이 위축돼 훨씬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세금 몇 푼 더 걷자고 파생시장을 비정상화시키고 또 다른 비형평성을 낳을 것인가. 세제당국과 국회는 이번 기회에 일관성과 형평성 차원에서 자본시장에 대한 과세 원칙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바란다.

안동현 < 서울대 경제학 교수 ahnd@s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