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로 돌아온 '검투사' 황영기 "힘 있는 금투협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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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기 前 KB금융지주 회장, 금투협회장 당선
'자본시장 활력 줄 적임자'…1차투표서 득표율 50% 넘어
"점유율 경쟁은 무모한 일" 삼성證 사장때 1위 전략 포기도
'자본시장 활력 줄 적임자'…1차투표서 득표율 50% 넘어
"점유율 경쟁은 무모한 일" 삼성證 사장때 1위 전략 포기도

황 전 회장이 비교적 손쉽게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자본시장에 활력을 되찾아줄 적임자’라는 공감대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황 협회장 당선자도 개표 직후 한 인터뷰에서 “증권사 자산운용사 선물회사 부동산신탁사 등 업권을 가리지 않고 모두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이를 타파하기 위해 대외 협상력을 발휘하고 자본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힘있는 협회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황 당선자는 설득력 있는 화술과 세련된 매너, 두터운 인맥을 갖춘 스타 금융인이다. 그러면서도 과단성 있는 성격 때문에 ‘검투사’라는 별명이 따라 붙는다. 그는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삼성물산에 입사했다가 대리 때 그만두고 영국으로 유학갔다. 석사학위를 받은 뒤 뱅커스트러스트 은행에 취직했다가 삼성으로 복귀했다. 그는 이후 삼성그룹을 그만둘 때까지 이건희 회장이 중요한 인물을 만날 때마다 통역을 도맡았다.

황 당선자는 2004년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은행권에 발을 내디뎠다.
2006년 1월 전국 영업본부장이 참석한 경영전략회의에서 단검이 숨겨져 있는 지휘봉을 선물해 화제가 됐다. ‘경쟁에서 지면 죽는다는 각오로 영업에 나서라’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됐다.
황 당선자가 가장 큰 위기를 겪었던 것은 2009년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재직했을 때다. 우리금융지주 회장 시절 파생상품에 투자했다 실패한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금융당국이 사퇴를 종용했다. 그는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고 3년간의 재판 끝에 2013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황 당선자가 책임을 지는 것이 맞느냐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황 당선자가 우리금융지주 회장 시절 관료들로부터 회사를 사유화한다는 지적을 많이 들었다. 황 당선자는 자기 회사로 생각하지 않으면 CEO를 할 수 있느냐고 받아치는 등 갈등을 빚었다”고 전했다.
금융투자협회 새 수장인 황 당선자에게 과제도 적지 않다.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자본시장의 규제 완화를 이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황 당선자는 “협회가 단순한 친목단체가 아닌 만큼 적극적인 대외 활동을 통해 회원사 의 고민을 풀어가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에 금융시장 파이가 커지면 세수도 늘어나게 된다는 걸 지속적으로 강조하겠다”고 말했다.
조재길/황정수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