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사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국제 유가 급락의 직격탄을 맞고 잇달아 공장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미래 수종사업으로 키우려던 태양광 자회사를 청산하는 등 연이은 악재에 몸살을 앓고 있다.

21일 외신 등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미국 태양광 전지 자회사인 헬리오볼트가 최근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태양광 패널 공장 등 헬리오볼트의 자산을 경매에 부쳤으나 투자자가 없어 무산된 데 따른 것이다.

SK는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2011년 헬리오볼트를 5000만달러에 인수하는 등 총 7600만달러를 투자했으나 글로벌 태양광시장이 위축되면서 매각을 추진해왔다. SK는 헬리오볼트 청산에 따라 운영자금으로 빌려준 139억원을 포함해 600억원 이상의 추가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의 석유화학 공장들도 수요 부진, 설계 변경 등으로 잇달아 멈춰선 상태다. SK그룹이 투자한 싱가포르 합작사 주롱아로마틱콤플렉스(JAC)는 최근 설비 변경을 위해 공장 가동을 멈췄다. 지난해 9월 가동을 시작한 지 4개월 만에 공장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원유 기반의 나프타를 원료로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4년 전 공장 건설 당시에는 값싼 초경질유인 콘덴세이트를 원료로 쓰는 구조로 설계했는데 공장이 가동되자마자 유가가 급락해 원유에서 나오는 나프타 가격이 더 싸졌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원가 절감을 위해 부득이하게 설비 변경 작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JAC 화학단지는 초경질유인 콘덴세이트를 원료로 파라자일렌 80만t, 벤젠 45만t, 혼합나프타 65만t, 액화석유가스(LPG) 28만t을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 화학 콤플렉스다.

SK종합화학의 스티렌 모노머(SM)공장과 SK유화의 테레프탈산(TPA) 공장도 6개월째 멈춰서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중국의 석유화학 수요 감소 등으로 제품 가격이 채산성을 맞추기 어려운 수준으로 급락한 탓이다.

SK종합화학의 울산 SM 공장은 아직 재가동 시기도 잡지 못했다. 요구르트병 등의 원료인 스티렌 모노머 가격이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t당 2000달러를 웃돌았으나 최근 900달러로 절반 이하로 급락했기 때문이다.

SK유화도 연산 60만t 규모의 TPA 공장 재가동이 늦어지면서 애를 태우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TPA 공장에서 친환경 소재의 원료인 디메틸 테레프탈레이트(DMT)를 연산 8만t가량 생산하고 있다”며 “주요 수출국이던 중국의 TPA 자급률이 거의 100%로 높아져 재가동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최태원 SK 회장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SK의 주력 사업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가 없다보니 업황 부진 등을 타개할 수 있는 신속한 의사 결정이 늦어지면서 SK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