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스마트폰 칩 '독립'…갤S6에 퀄컴 AP  뺄듯
삼성전자가 차기 스마트폰인 갤럭시S6에 퀄컴 반도체 칩을 사용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주력 스마트폰에 퀄컴 칩을 쓰지 않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모뎀칩으로 자사 엑시노스와 퀄컴 스냅드래곤을 병행해 사용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칩 독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갤럭시S6에 퀄컴 칩 안 쓴다”

블룸버그통신은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S6에 퀄컴 칩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21일 보도했다. 삼성전자가 퀄컴의 최신 칩 스냅드래곤 810의 성능을 시험한 뒤 이를 채택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에 따라 갤럭시S6에 자사가 제작한 최신 칩 엑시노스7 옥타만 사용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3월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갤럭시S6를 공개한 뒤 세계 시장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퀄컴 칩을 쓰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은 퀄컴 최신 칩의 발열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이 있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810은 64비트 AP로 4세대 이동통신 LTE보다 최고 네 배 빠른 3밴드 LTE-A 통신 서비스를 지원한다. LG전자의 신형 스마트폰인 G플렉스2 등에 적용되기도 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문제 소지가 있는 부품은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 스마트폰 칩 경쟁력 강화

블룸버그통신은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은 스마트폰 부품의 자립도를 높이고 자사 칩 매출을 끌어올리려는 의미도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주력 스마트폰인 갤럭시S6에 삼성전자 칩만 사용하면 엑시노스를 만드는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는 실적 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사물인터넷(IoT) 시대 정보기술(IT) 산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목적도 깔려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이를 위해 차세대 모바일 칩과 센서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칩 경쟁력이 높아진 것도 ‘탈(脫) 퀄컴’에 속도를 내게 된 배경이다. 삼성전자는 그간 퀄컴의 모뎀칩과 원칩 기술에 밀려 퀄컴 스마트폰 칩을 사용해왔다. 원칩 기술은 모바일 AP와 모뎀칩을 하나로 결합한 것이다. 모바일 AP와 모뎀칩을 하나로 만들면 전력 효율과 원가 경쟁력 등에서 유리하다.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가 모뎀칩과 원칩 기술에서 퀄컴을 거의 따라잡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3밴드 LTE-A 스마트폰 칩은 퀄컴보다 먼저 상용화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은 퀄컴에 상당한 타격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퀄컴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달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불름버그 보도에 대해 “아직 발표하지 않은 제품의 성능과 부품 등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전자업계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갤럭시S6 시판 초기엔 자사 칩만 사용하다가 점차 퀄컴 칩을 다시 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주력 스마트폰의 공급 물량이 워낙 많아 삼성전자가 칩을 모두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퀄컴 칩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다는 확신이 들면 다시 쓸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