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억원 규모의 울릉도 사동항 방파제 축조 공사가 지지부진하다. 레미콘 입찰에 해상레미콘 업체가 참여하자 이 지역 육상레미콘 회사들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상레미콘은 생산설비가 설치된 특수 선박(사진)에 레미콘 자재를 싣고 해상에서 직접 레미콘을 생산한다. 하주기업 흥우산업 등 7개 업체가 11척의 선박을 보유하고 있다. 이 방식이 국내에 도입된 것은 1995년 부산 광안대교 공사 때부터다. 그 전에는 레미콘을 미리 만들어 바지선에 싣고 갔다. 인천 영종도 연륙교, 포항 영일만 신항, 독도 접안시설 공사 등에도 해상레미콘이 쓰였다. 일본 등 선진국에선 보편화된 업종이다.

해상레미콘은 운송비가 25%가량 저렴하다. 국내 시장은 지난해 500억원대로 7조원이 넘는 육상레미콘 시장에 비해 미미하지만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레미콘은 2012년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됐다. 해상레미콘도 중소기업이 직접 생산한다는 확인을 받으면 공공조달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사업 특성상 공장 등록이 불가능한 해상레미콘은 ‘직접 생산’을 입증하기가 어려워 그동안 공공조달시장에 참여하지 못했다. 일부 건설사에만 납품했다. 하지만 2012년 말 바뀐 규정에는 ‘지방 중소기업청장과 협의해 해상레미콘에 직접생산 확인서를 발급한다’는 조항이 들어갔다.

울릉도 사동항 공사는 포스코건설이 수주한 방파제 연결공사로 지난해 7월 레미콘 조달 과정에서 육상 레미콘업체들의 이의 제기로 계속 늦춰지고 있다. 울릉도 등 도서지역에 있는 육상레미콘 업체들은 “해상레미콘은 정식 공장이 아니기 때문에 자격 미달이다” “바다 한가운데도 아닌 해안선 인근 공사에 왜 끼어드느냐”고 주장하고 있다.

해상레미콘 업계는 “선박에 설치된 설비는 기존 레미콘 생산공장과 똑같기 때문에 직접 생산에 해당한다”며 맞서고 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