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째 유럽 떠도는 北 김정일의 이복동생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이복동생인 김평일 주폴란드 북한 대사(61·사진)가 최근 주체코 대사로 부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평일의 후임 주폴란드 대사로는 이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이 부임할 예정이며 폴란드 당국으로부터 아그레망(주재국 동의)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정보 당국은 김평일이 17년 동안 폴란드에 근무하면서 나름대로의 독자 세력을 구축했다고 판단한 북한이 견제 차원에서 김평일의 부임지를 이동시켰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김일성의 둘째 부인 김성애의 장남인 김평일은 한때 김정일의 최대 정적으로 꼽혔다. 어릴적 큰 키(180㎝)와 목소리가 김정일에 비해 김일성을 더 닮았으며, 성품도 원만해 혁명 1세대 원로들의 호감을 샀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평일은 북한 내 군 간부 등용문으로 꼽히는 김일성 종합군사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했고, 인민무력부에서 군 생활을 시작했다. 대학 재학 중이던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사건으로 군사 긴장감이 높아지자 군 입대를 독려한 연설을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러나 김일성이 ‘장남 상속’을 천명하며 김정일을 후계자로 지목하자 후계 구도에서 점차 멀어졌다. 1979년 주유고슬라비아 무관으로 발령 나면서 외국 생활을 시작했고, 34세이던 1988년 인민무력부 작전부 부국장에서 주헝가리 대사로 부임, 이후부터는 28년째 사실상 유배 생활을 하고 있다.

김일성 사후 김정일은 김성애 소생인 김평일·영일(1955~2000)·경진(여·1952~) 3남매를 마주치기조차 싫어했으며 형이나 오빠라고 부르지도 못하게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평일은 1994년 주핀란드 대사로 옮겨갔고, 1998년 1월 주폴란드 대사를 맡아왔다. 정부는 김평일이 김정일 시대에 북한 당국의 감시를 받았지만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 더욱 심한 감시와 견제 대상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