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에 베팅했다가 그만…美 국채금리DLS 원금손실구간 진입
빗나간 미국 금리 전망으로 파생결합증권(DLS) 투자자들이 ‘멘붕’(정신적 충격이 크다는 뜻의 속어) 상태다. 미국 장기국채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원금비보장형 공모 DLS 9종이 최근 원금손실(녹인) 구간에 진입해서다. 올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원금보장형 미국 장기국채금리 공모 DLS 19종도 원금만 돌려받는 데 만족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61억원 규모 DLS 녹인 구간 진입

금리 인상에 베팅했다가 그만…美 국채금리DLS 원금손실구간 진입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DLS 5366호 등 발행금액 61억원 규모 공모형 미국 장기국채금리 DLS 9종이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6일까지 녹인 구간에 진입했다. 사모형 미 장기국채금리 DLS 7종도 작년 12월부터 이달 15일까지 녹인 구간에 들어갔다. 이들 DLS는 만기가 20년 이상 남은 미 장기국채금리 등락률에 가격이 연동되는 ‘프로셰어즈울트라쇼트20+미국 국채ETF’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이다. DLS 만기까지 1년 이상 남았지만 미 장기국채금리 하락으로 현재 ETF 가격이 판매 시점 대비 40% 이상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은 원금 손실을 걱정하게 됐다.

이 밖에 올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한화스마트DLS 317호 등 220억원 상당의 원금보장형 미국 장기국채금리 DLS 19종도 미국 국채 ETF 가격이 현재보다 40% 이상 오르지 않으면 수익을 못 낸다. 원금 손실까진 아니지만 예금금리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손해본 것으로 평가된다.

◆예상을 빗나간 미국 금리 하락세

미국 장기국채금리 DLS는 미 기준금리가 조만간 인상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던 2013년 8~11월 ‘미국 금리 인상에 베팅하는 DLS’로 인기를 끌었다. 작년 초만 해도 금리 인상 전망이 우세했지만 중국 경제 경착륙과 유럽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로 안전자산 인기가 치솟으며 미 장기국채금리는 계속 떨어졌다. 올 들어서도 유럽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미 장기국채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원금보장형 미 장기국채금리 DLS 19종은 수익을 못 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기초자산인 미국 국채 ETF가 현재보다 40% 이상 올라야 하는데, 미 기준금리 인상 시점과 최근의 미국 장기국채 인기를 감안하면 상승 가능성이 크지 않아서다.

녹인 구간에 진입한 원금비보장형 DLS 9종의 수익 상환 여부는 ‘하반기 이후 미국 장기국채금리 상승세’에 달려 있다. 안드레아스 우터만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기준금리 인상폭은 하반기 0.25%포인트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미 장기국채금리가 크게 오를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2016년까지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수차례 지속되고 글로벌 경제가 회복되면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어 DLS를 만기 때까지 계속 보유하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